매일신문

야고부-썰렁한 '봉산미술제'

문화에 대한 투자는 긴 회임 기간 탓으로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구체적인 성과가 느리게 나타나고,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정치.경제 논리로는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문화는 우리 삶의 진정한 인프라이자 그 질을 높여주는 요체다.

역사를 통해 절감하듯이, 세월이 흐를수록 남아 빛나는 건 문화.예술이다.

지금 지구촌이 온통 문화 콘텐츠를 내세우며 국가 경쟁력을 겨루는가 하면, 총성도 없는 전쟁을 벌이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산업사회의 원동력이 '이성'이었다면 디지털 정보사회의 경쟁력은 '감성'이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근원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달은 '문화의 달'이며, 오는 20일은 '문화의 날'이다.

대구.경북에서도 크고 작은 문화 행사들이 다채롭게 이어지며, 지금이 절정이다.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은 막을 내렸지만,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23일까지 계속되며, 대구에선 '대구 오페라축제' '봉산미술제' 등이 열리고 있다.

'문화의 날' 기념식과 관련 행사들이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개최되고, 이를 전후한 행사들도 푸짐하다.

▲문예진흥원 소속 추진위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문예진흥원.대구시가 후원하는 이번 '문화의 달, 문화의 날' 행사(대구문예회관)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대구에서 전국 규모의 기념행사가 처음 마련되고, 그 컨셉도 '문화의 빛깔, 문화의 힘-지역 문화, 문화 한국의 시작입니다'이다.

문화의 서울 집중화에 대한 자성과 지방 분권의 물꼬 트기라는 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여전히 한계와 문제점들을 드러내기는 하나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와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등이 상승 분위기를 연출했고,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내년부터 '국제오페라축제'로 발전적인 발돋움을 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도된 '대구오페라축제'도 관객 동원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호응도 얻고 있다.

하지만 열한번째 마련된 '봉산미술제'는 썰렁하다.

찾는 발길이 뜸할 뿐 아니라 판매와 거의 연결되지 않아 울상들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의 지방 문화가 모여서 형성되며, 지방 문화가 융성해야 찬연하게 꽃 필 수 있다.

더구나 대구는 그 비중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정치.경제도 물론이지만 문화의 중앙 집중 현상은 심각하며, 대구는 처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인지는 모르겠으나 '봉산미술제'의 썰렁함이 바로 대구의 문화와 경기의 현주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국제오페라축제'의 대구 브랜드화, 봉산동 '문화의 거리'의 조각공원 조성은 실낱같은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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