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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농성' 노조위원장 목매 자살

임.단협 협상 결렬에 항의해 129일째 고공크레인 농성을 벌이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내 40m 높이의 크레인에서 노조위원장 김주익(40)씨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노조원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노조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노조보고대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고 연락도 안돼 크레인에 올라가 확인한 결과 김 위원장이 운전실 사이 계단 난간에 목을 매 숨져있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임.단협 결렬 이후 지난 6월11일부터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 지난 태풍 '매미' 때에도 내려오지 않고 농성을 벌여 왔다. 현장에서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남긴 김 위원장의 유서 4장이 발견됐다.

김 위원장은 유서에서 "회사에 들어온 지 만 21년. 한달 기본급 105만원. 그 중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80여만원. 근속연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 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하다. 손해배상 가압류에 고소 고발에 구속에 해고까지. (중략) 이 투쟁을 통해서 노무정책을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회사측의 손배소와 가압류 등 노동탄압이 김 위원장의 죽음을 초래했다며 크레인 앞에서 추모 및 규탄집회를 열고 시신투쟁 등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지난 1월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배달호(50)씨가 분신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자살로 노동계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또 한차례 회오리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유족 및 노조와 협의해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유종철기자 tschul@imaeil.com (사진설명)17일 한진중공업 노조원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 300여명이 자살한 김주익 노조위원장을 추모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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