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시설물이 영천 발전의 발목을 잡으면서 시민들의 불만과 안타까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육군 3사관학교가 위치한 영천 고경면 창상.창하리. 3사 맞은 편 대구~포항 국도변에 위치한 창하리 2만5천여평은 군사시설물 보호 때문에 35년간 완충녹지지역으로, 3사 서편 60여가구가 살고 있는 창상.창하리 7만7천여평은 보존지구로 묶여 건물을 마음대로 짓거나 고칠 수 없다.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주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부터 3사가 교내에 9홀 골프장을 설치하려하자 주민들이 극구 반대하고 나선 이면에는 수십년간 당한 피해에 대한 울분이 잠재해 있다.
얼마 전 이곳 주민들은 3사내 쓰레기장에 건축폐기물이 매립됐다고 주장하며 영천시에 현장 확인을 요구해 3사측과 마찰을 빚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3사에 대해 거침없는 비난을 했다.
3사 골프장설치반대 투쟁위원장 구흥회(53)씨는 "3사 때문에 재산권 피해는 물론이고 수십년간 생활 오폐수를 마을앞 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방류하는 바람에 생활이나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여기에다 골프장까지 만들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30년전 군인들에게 구타당한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는 장근덕(53)씨는 "3사가 들어온 뒤 좋아진 것은 영천에 새마을열차가 서고, 고경면에 전기가 좀 일찍 들어온 것 뿐"이라고 말했다.
정연화 고경면장은 "3사 주변 주민들의 피해보상 차원에서라도 이 일대 완충녹지 및 보존지구 지정을 이제는 해제해 줄 것을 영천시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영천시는 올해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심 군사시설이 영천 발전에 엄청난 지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내년말 완공 예정인 대구~포항 고속도로 화남IC와 작산동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구간에 직선도로를 개설하려 했으나 2탄약창 때문에 우회도로로 바꾸었다.
결국 도로 개설구간이 직선일 때보다 3km 이상 늘어나고 물류비용 부담도 그만큼 더 커지게 됐다.
또 시청 뒷편 오미동 군사시설부지 8만여평도 대구~포항 고속도로 화남IC와 연계한 공업단지로서 최적격이지만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기태 영천시 도시계획담당은 "도심지역인 영천 완산동, 주남동에 있는 탄약창 및 보급창 일부 군사시설을 외곽지로 이전하면 이곳에 50만평 이상이 개발되고 군사시설보호구역도 상당 부분 해제되기 때문에 영천지역 발전에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영천에 주둔하는 군부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도 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01년 7월 모부대에서 보초병이 구타당하고 총기를 빼앗긴 사건이 당시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자 시민들은 군사도시 영천의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8월 육군 항공단 헬기가 추락, 군장병 7명이 숨지는 참사도 시민들에게는 충격과 함께 지역 이미지 실추라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월 영천시 완산동 5만3천여평의 옛 공병대부지를 군이 영천시에 매각하지 않고 타지 민간업체에 매각함으로써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군은 당시 공개입찰이 무산된 뒤 영천시가 공병대부지를 매입해 공영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불구, 이를 무시하고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한 타지 민간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팔아넘겼다.
시민들은 "주민들의 땅을 헐값에 징발해 50년이상 잘 사용했으면 지역에 반환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인데 타지 업자에게 팔아넘긴 것은 영천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임상원 영천시의장은 "영천 상권의 중심지 완산동에 주둔한 공병대 때문에 그간 지역발전에 큰 지장을 받았는데, 이전 후 공영개발 계획마저 무산돼 주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간 군이 해온 긍정적인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노력이 영농지원과 태풍 등 재난발생시 복구지원이다.
3사관학교, 탄약창, 항공단, 야전공병단, 50사단 등 각 부대들은 매년 영농철이면 장병들을 일손부족에 허덕이는 농가에 보내 벼농사, 과수 및 양파.마늘농사에 보탬을 준다.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올해 2탄약창 장병들은 민간의 침수시설을 복구하고 농경지 수만평에서 벼 및 과일나무 세우기, 비닐하우스 복구작업을 했다.
또 21항공단은 헬기로 영천과 청송지역의 산불진압과 응급환자 이송, 태풍피해 고립지역에 생필품 수송 등에 한몫하고 있다.
1117야전공병단은 작년과 올해 태풍때 영천 뿐 아니라 도내 곳곳에 장비와 인력을 보내 총력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 각 군부대는 사회복지시설과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과 자매결연을 맺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경제적인 효과도 적잖다.
군인과 가족들이 영천시내에 나와 쓰는 돈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작용하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지역 군부대는 연간 수십억원대의 축산물과 달걀, 채소.과일류를 납품받고 있다.
지역 농산품의 거대한 소비시장인 셈. 음식업조합 영천시지회장 현재태(60)씨는 "외출나온 장병 및 영외거주 군인가족, 군무원 등이 영천 음식점에서 식사 및 단체회식을 하는 것도 지역 음식업계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의 걸림돌인 동시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군부대. 이런 상반된 모습 때문에 시민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지만 최근 들어 더이상 지역발전을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