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산 건고추 '외래 해충' 투성이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수입한 중국산 건고추에서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 벌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는 우리의 수입 농산물 검역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물밀 듯 밀려오는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현지 조사등 국내 검역체계의 전면 재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송군은 지난 13일 청송군 진보면 신촌1리 권모(42)씨 소유 창고에 보관 중이던 중국산 건고추에서 심한 악취와 벌레가 들끓고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뒤 벌레가 발생한 1t정도의 중국산 건고추를 소각했다.

이 중국산 건고추는 안동지역 고추상인 김모(47)씨 등 4, 5명이 농수산물유통공사로부터 사들여 지난 4월쯤부터 보관해 오던 것으로 주민신고로 소각된 1t외에도 전체 10여t 중 7t정도를 이미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MMA(최소접근시장)물량인 이 고추와 함께 수입돼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건고추 물량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공공기관이 공식 루트를 통해 수입한 중국산 농산물에서 벌레가 생길 정도로 농산물검역망에 구멍이 뚫려 국민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행정당국은 "비 때문에 고추가 썩으면서 벌레가 생긴 것"이라며 숨기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현지확인에 나선 안동대 농생물학과 이영인 명예교수는 "썩은 중국산 건고추 더미에서 애벌레와 성충이 한꺼번에 발견된 것으로 미뤄 중국에서부터 애벌레나 벌레 알이 건고추에 묻어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길이 1cm정도인 이 성충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가 없어 천적의 유무와 인체 및 농작물 유해 여부 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성충이 발견되면서 들끓던 파리가 사라졌다는 주민들의 제보와 이 성충이 파리, 모기 등 곤충을 먹이로 한다는 이 교수의 의견으로 미뤄 거미 등 농작물에 유익한 곤충들을 먹어치울 경우 심각한 생태계교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농작물에 직접피해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인체유해 여부는 정확한 조사가 있어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애벌레와 성충의 표본을 채취해 식물검역소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립식물검역소 해충방재계 담당자들과 이 교수는 20일 진보면 신촌리 현장을 다시 방문해 건고추 유통경로와 해충발생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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