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맙습니다.
이것 땜에 한달여동안 제대로 잠도 못잤습니다".
19일 성주경찰서 방범계에서는 이하경(65.월항면 장산면)할머니가 투박한 손길로 태풍 '매미'때 잃어버린 목걸이.팔찌 등 금붙이를 쓰다듬으며 "감사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추석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져 마을제방이 터지면서 물길이 순식간에 집안으로 밀어닥쳤다.
금붙이를 넣어 마당 비닐하우스 입구에 묻어둔 플라스틱 단지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잃어버렸다는 말을 건넸으나 돌아온 대답은 "흙에 묻었으면 내게서 떠난 것이여 . 괜히 소문이 나면 흉만 잡힌다"는 핀잔뿐이었다.
그러나 이 금붙이들은 결코 잊을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44년된 결혼반지에다 친정어머니가 물려준 반지, 사위가 대학원 졸업기념으로 받은 행운의 열쇠 등 13점 모두가 소중한 것들이었다.
"농사일 때문에 흠집이라도 날까봐 제대로 껴보지도 못했어요".
이 할머니는 지난해 할아버지가 큰 수술을 하게되자 오랫동안 집을 비우게 돼 집 마당 한쪽에 단지를 묻었다.
"한달동안 이를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며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보이지 않아 멀리 떠내려갔나보다며 이제 포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금붙이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단지는 집에서 200여m 떨어진 비닐하우스 논바닥에서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이웃주민은 "참외하우스 일을 하면서도 며칠동안 아무도 플라스틱 단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우연히 단지속 비닐을 꺼내니 목걸이.반지 등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성주경찰서 조경렬 방범계장은 "습득물의 경우 감정후 1주일간의 공고를 거쳐 1년간 보관토록 돼 있으나 주인이 확실해 곧바로 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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