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거친 형사 업무를 해오면서 시는 늘 마음의 평온을 줬지요".
경찰청 주최 제4회 '경찰문화대전' 시 부문에서 지난 10일 금상(1등)을 수상한 대구 수성경찰서 중동파출소 박기백(52)경사. 쑥쓰러운 듯 풀어내는 수상 소감속에는 경찰관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박 경사는 이번 경찰문화대전에 '형사의 노래'라는 제목의 시를 출품, 사건현장에서 느낀 형사의 단상을 솔직하게 담았다는 평을 들으며 영예의 대상을 안았다.
'한적한 해발 800여 미터 7부 능선 산 계곡에/미이라가 된 변사체가 소나무 가지에/흔들흔들 매달린채 발견된다/(중략)/조용한 변사체에게 귓속말로 물어본다/"참으로 괴로운 이세상 살기가 싫어/저세상은 어떨까 하고 나는 죽었소"/(중략)소주 한잔 가득 부어 2배 절하고/극락왕생 기원하는 즉석 제사 서글프다(하략)'.
이 시는 그가 5년전 수성구 파동 뒷산에서 바싹 마른채 발견된 변시체를 수습하며 느낀 삶의 허망함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위에선 '시체보고 시 쓴 이는 당신 뿐'이라며 농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고교시절부터 문학도의 길을 걷고 싶었던 박 경사는 수성경찰서 형사계에서 20년, 경남 거창.합천 경찰서에서 8년여를 근무하는 동안에도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을 시로 옮기는 일에 매달렸다.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른 시상은 메모장에 옮겨졌고, 퇴근후면 밤 늦도록 시를 구상했다고. 이런 식으로 쓴 시가 80여편에 이른다고 했다. 정년을 4년6개월 앞두고 있다는 박 경사는 "그동안 쓴 시를 모아 퇴임후 책으로 내고 싶다"고 작은 바람을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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