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나성하와이 목욕탕. 아침부터 차례를 기다리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줄이 때아니게 길게 이어졌다.
이날 이곳을 찾은 할아버지.할머니는 무려 1천명에 이른다.
'노인의 달'을 맞아 목욕탕측에서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10월 한달 동안 매주 월요일 무료 목욕 봉사를 시작한 이후 소문을 듣고 노인들이 몰려들었기 때문. 특히 할머니들이 많이 찾으면서 여탕을 찾았던 일반 고객들은 발걸음을 돌리기까지 했다.
나우태(48) 사장은 "지난 6일 봉사 첫날에는 100여명에 그쳤지만 소문이 나면서 찾는 노인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라 안전사고라도 날까봐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목욕탕 이용이 어려운 노인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편 탓에 에피소드도 잇따랐다.
신발장에 옷을 넣으면서 옷장이 작다고 항의하는가하면 욕탕에서 나오면서 물기를 닦지않아 탈의실 바닥이 온통 물바다가 되기도 한다는 것. 또 양변기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새마을부녀회 등 자원봉사자들이 뒤처리(?)를 도맡아야 했다.
박정순(59) 진천동 새마을부녀회장은 "할머니들 뒷바라지로 몸은 고되지만 말동무가 생겼다고 좋아하시는 모습들을 보면 피곤이 가신다"며 웃었다.
군 복무때 보일러병으로 근무해 목욕탕과 인연이 25년이 넘었다는 나 사장은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에 적극적이다.
홀몸노인.소년소녀가장 등 불우한 이웃들에게 해마다 1천만원 정도의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인근 노인 3천명에게는 목욕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나 사장은 "본격적인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다지만 노인 복지수준은 아직 낮은 것 같다"며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면 봉사는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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