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현금 7억원이 실린 현금수송차량이 도난된 지 한달도 채 안됐는데 포항에서 똑같은 사건이 발생, 현금수송 경비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포항 현금수송차량 탈취 사건은 용역업체의 안이한 근무태도와 범인의 치밀한 사전계획이 복합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사건 재구성
금융기관의 현금수송 용역을 담당하는 ㄴ사의 대구80로 6689 초록색 뉴그레이스 승합차량은 20일 오전 8시50분쯤 포항시 죽도동에 있는 한국전자금융에서 현금자동지급기에 보충할 현금 3억8천만원을 싣고 용흥동을 지나 동국대병원~대잠사거리를 거쳐 목적지인 유강리 대림한숲아파트 2단지 상가에 설치돼 있는 우리은행 365일코너에 도착했다. 이모(27.포항시 송도동)씨와 정모(24.포항시 항구동)씨 등 근무자 2명은 현금 5천600여만원이 든 가방을 들고 현금지급기에 돈을 넣고 있었고, 몇 분 되지않아 팀장인 김모(23.포항시 장성동)씨가 현금지급기에 설치된 녹화비디오를 점검하겠다며 안으로 들어왔다.
김씨는 근무수칙상 차량을 떠날 수 없는데도 불구, 차에서 내려 차량 열쇠를 꽃아둔 채 무선리모컨으로 차량 문을 잠그고 현금지급기안으로 들어왔다. 이들 근무자 3명은 10여분 만에 현금 장착을 끝내고 차량쪽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현금수송차량은 사라지고 없었다.
범행당시 목격자는 "모자 달린 주황색 운동복을 입은 키 170cm 가량의 20대 남자 1명이 망치로 차유리를 깨뜨린 뒤 차문을 열고 들어가 곧바로 시동을 걸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탈취당한 차량은 범행발생 50여분 만에 범행장소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같은 아파트 3단지 302동 지하주차장에서 운전석 유리창이 깨진 가운데 현금가방 4개 중 3개(2억8천400여만원)가 사라진 상태로 발견됐으며, 범인은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 수사진행 상황
먼저 현금수송차량의 팀장인 김씨는 차량을 지켜야하는 근무수칙을 어긴 채 평소와 달리 차량에서 내려 녹화비디오 점검을 한다며 차량 열쇠를 꽃아둔 채 현금자동지급기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이 부분을 석연찮게 여기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당초 범행 시각은 오전 9시10분쯤이었으나 근무자들은 30여분이 지체된 9시41분에 경찰에 신고했고, 이마저 현금수송차량이 아닌 단순 차량도난으로 신고해 결국 범인이 도주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 현장에서 경주 등지로 빠져나가는 7번 국도는 불과 5분여 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차량내 현금을 보관하는 금고가 고장나 돈가방을 차량 뒷좌석에 그대로 방치했다. 직원들이 수차례 회사에 수리를 건의했으나 회사측이 수리를 미뤘던 것으로 드러났다.
탈취차량이 발견된 아파트 입구와 지하주차장에는 모두 10여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으나 범인이 주차장내에서 활동하는 장면은 전혀 녹화돼 있지 않았다. 사전에 현장을 철저하게 확인했다는 뜻.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 도로와 연결돼 있어 범인이 도로에 대기시켜둔 다른 차량을 타고 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훔친 돈가방 중 한 개가 아파트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발견된 만큼 제2, 3의 공모자와 함께 지상으로 차나 도보를 이용해 도주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경찰은 근무자들이 차 열쇠를 꽂아두고 모두 내려 근무수칙을 어긴 부분과 사건 발생 시간을 두고 진술이 엇갈리는 점, 최근에 그만둔 이 회사 직원에 대한 관련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하는 한편 근무자 중 신용카드 빚을 진 사람이 있어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금융부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 문제점
경비용역업체의 설립이 손쉬워 영세업체가 거액의 현금수송을 맡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경비업체의 경우 경비업법에 따라 자본금 1억원에 무술유단자 5명 이상만 되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이번에 현금수송 용역을 맡은 업체도 울산에 본사를 두고 지난해 6월 자본금 1억여원으로 설립된 신생 회사다. 현재 포항을 포함해 구미와 강릉, 대전, 천안 등지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포항에는 9명의 직원이 3대의 현금수송차량으로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 70여대에 현금을 장착하고 수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번에 근무자 3명의 경우 2명은 입사한 지 7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며, 1명은 다른 회사에서 이직해 온 경력 1년여에 불과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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