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詩)와 함께하는 오후

상치쌈을 즐기는 어머니

시간의 건널목 저 쪽에서

신선한 졸음을 줍고 있다.

달콤한 시간은 늘

아궁이 속에 밀어 태우고

우물물로 아침을 길어

시집살이를 짜 모았다 한다.

상치씨를 뿌리면서 모자란 잠을

함께 뿌렸다 한다, 할머니 몰래….

박정곤 '상치 졸음'

박시인과 함께 대학생활을 보낸 지가 어느새 20년이 넘게 지났다.

늘 냉정하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던 모습이 부러웠는데 아직도 그 침착함은 변하지 않고 있다.

상추쌈을 먹으면 잠이 온다.

도저히 이기지 못할 정도로 잠이 쏟아지는데 할 일은 쌓여있고 또 시어머니가 지켜보고 있을 때, 어머니는 수시로 졸음에 겨운 모습을 보이시곤 했다.

그런 모습, 즉 갓 시집 온 새댁이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졸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한 작품이다.

서정윤(시인. 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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