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자유대학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심영섭(한국언론재단 독일 통신원)씨는 "스위스 연방 의회가 지난 9월23일 '언론지원에 관한 연방헌법조항'을 개정했다"고 취재팀에 알려왔다.
그동안 의회 내에서 논쟁을 벌여온 언론사 지원법이 이날 가결됨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언론사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게 됐다
연방 의회가 지원법을 통과시킨 논리는 간단하다.
심씨는 "다양한 여론형성과 보호를 위해서는 언론사에 대한 직접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원들이 절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방 정부 지원금은 스위스신문발행인협회 산하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신문사와 방송사에 지원될 예정이다.
스위스신문발행인협회 회장인 한스페터 레브루멘트 뷘드너 차이퉁지 회장은 "정부의 언론지원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유롭고 연방주의에 걸맞은 언론시장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 거대 신문의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고 지역언론활성화 문제가 본격 제기된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사에 대한 지원을 놓고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핵심은 과연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기업인 언론사에 정부 지원이 가능한가'라는 점.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쟁점에 대해 이미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한 상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유럽 국가에서, 특정 거대 언론의 일방적 여론 형성이 민주주의 제도의 심각한 위해 요소란 인식에서 '독과점 규제책'를 시행해오고 있으며 방식은 달리하지만 지원 제도 또한 1960, 1970년대 이후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스위스 정부가 언론 직접 지원에 나선 뒷 배경도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언론 시장이 장악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리용 언론인클럽 미셀 텍시에 회장은 "정부가 신문사를 지원하는 것은 신문이 신문사 종사원 입장이 아니라 시민의 편에 서 있다는 원칙이 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토양 형성을 위해 저널리즘에 대한 정부 지원은 당연하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각 지역별 신문 구독자 수와 선거 투표율이 비슷한 경향을 갖고 있다"며 "신문사가 사주를 포함한 특정 집단이나 정권 누구에게서도 편집권 침해를 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사회적 지원은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프랑스의 언론 지원책은 대단하다.
세금감면 등 간접 지원을 빼고 해마다 국고에서 지원되는 언론 지원금만 2천여억원에 이를 정도. 텍시에 회장은 "지원금의 80% 정도가 지역일간지에 지원되며 수혜 신문사만 60여개에 이른다"며 "광고료가 낮은 신문지원과 구조조정 및 현대화 지원 등 200개의 갖가지 계획들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각 지방자치 단체 차원에서도 보조금과 광고 등을 통해 지방 언론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인접한 이탈리아도 신문사 소유규제와 신문지원법을 통해 자국 언론 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1981년 출판법 개정을 통해 기금을 조성, 신문사 시설 교체와 직원 재교육및 토지 구입시 예산의 70%까지 특별 융자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발행부수에 따라 신문 용지 구입을 위한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로마에서 50km 떨어진 남부 포메치아시에서 지역 신문과 잡지를 발행하는 안젤로 카프리오티(42)씨는 "공공기관의 경우 광고 예산의 50%를 신문광고에 사용토록 돼 있으며 지자체는 예산 공고를 2개 이상 지방지에 내도록 규정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카프리오티씨는 "이탈리아는 지역주의 전통이 강해 100만부 이상의 전국지가 없지만 여론 다원화와 신문 시장 보호를 위해 이같은 지원책을 꾸준히 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는 이보다 빠른 1968년부터 신문 지원책(ERP-Presseprogramm)을 실시해 왔다.
'정보와 사고의 다양화'란 이름으로 운영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기자교육과 인쇄기 교체 및 사옥 마련에 드는 비용을 저리 융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며 1991년 통독 이후로는 동독지역의 신문사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으로 전환됐다.
유럽연합과 독일 정부와의 정책 연합을 조율하는 요한 리벨 독일 헷센주 장관은 "이제 서독 지역에서는 직접적 지원금 보조가 없지만 대다수 주정부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 보조금 지급 항목에 신문 구독료를 책정해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1인당 신문 구독률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노르웨이와 스웨던 등은 신문 지원책을 국가 주요 정책으로 삼아 펴오고 있다.
노르웨이는 이미 지난 1969년부터 '일간신문 제작지원법'을 제정해 신문사에 대한 직접 지원은 물론 공동 신문 배급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언론 연구.언론인 연수를 위한 기관을 설립하여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사진:영국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사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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