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우리 고장의 수성구, 중구, 서구 등을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2일에는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두 제도는 제도 시행이전 상태와 비교하면 주택의 거래에 있어서 강력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투기자의 역할과 투기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투기자도 다른 경제주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기 행위를 한다.
그 점에서 그는 제조업자, 도소매업자 등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투기자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투기자는 정보를 모으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부동산을 매매한다.
가격이 낮을 때 투기자의 부동산 구매는 투기자가 없을 때보다 부동산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든다.
가격이 높을 때 투기자가 부동산을 파는 행위는 투기자가 없을 때보다 부동산의 가격을 하락하게 한다.
즉, 투기자는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투기 행위는 다른 경제주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부동산의 소비자는 부동산의 이용과 사용에 있어서 절도 있는 행동을 요구받는다.
재화의 가격이 비싸지면 그 재화를 예전보다 적게 소비하거나 아껴 쓰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행위이다.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자는 부동산을 더 많이 공급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자재 시장, 건설 인력시장 등으로 퍼져 나간다.
그 결과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부동산 공급은 늘어난다.
한 마디로, 투기는 각 경제주체가 변화된 경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그러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기능을 한다
그러나 투기가 긍정적인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예측하여 사두었는데 가격이 내린 경우는 투기자에게 이익은 커녕 손실을 입힌다.
투기자의 부정확한 예측도 정확한 예측처럼 다른 경제주체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영향은 부정적이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무능한 투기자를 퇴출시킴으로써 부정확한 예측에 의한 악영향을 최소화한다.
투기를 비판하는 사람은 투기의 이러한 부정적 영향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측이 부정확한 경우라도 투기가 '자기수정(自己修正)'하여 부동산의 가격과 수급량을 균형점으로 빠르게 돌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투기가 부동산의 가격과 수급량을 균형점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투기의 긍정적 기능과 부정적 영향을 종합하면, 투기자가 경쟁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 예측과 그에 따른 투자에 있어서 효율적임을 의미하고 그 결과 그의 행위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제 이런 중요한 기능을 하는 투기를 단속한다고 하자.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 투기가 없는 상태에서의 부동산의 공급은 투기자가 활동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부동산의 공급보다 적다.
즉, 정부에 의한 투기의 단속과 통제는 부동산의 공급을 투기가 자유롭게 허용되었을 때보다 줄어들게 만든다.
그 결과 투기 억제 정책은 투기가 자유롭게 허용되었을 때보다 부동산의 가격을 더 상승시킬 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러한 인과관계를 잘 관찰할 수는 없다.
서양 역사에서 기근이 들면 콩이나 밀과 같은 식품 투기가 크게 일어났다.
이러한 투기로 식품의 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식품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었다.
그런데 왕이나 제후가 대중의 잘못된 요구를 수용하여 투기자를 색출하여 처형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로 투기자에 의한 식품의 공급은 줄어들고 가격은 투기가 없을 때보다도 더 상승하게 되었다.
기근에 의한 식품 공급의 부족으로 당초 예상되던 것보다 가격이 더 상승한 것은 투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투기를 통제하거나 억제했기 때문이다.
종종 투기자가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비난은 투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의 일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더 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정부는 그런 곳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여 투기의 순기능을 날려버리고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같다.
두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탄력적인 운용이 기대된다.
전용덕(대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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