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허풍쟁이 이야기

옛날에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쪽 서쪽에 절이 하나씩 있었지. 그런데 두 절에 유명한 것이 또 하나씩 있었어. 동쪽 절은 무엇으로 유명했는고 하니 밥솥이 크기로 유명했어. 또, 서쪽 절은 무엇으로 유명했는고 하니 뒷간이 깊기로 유명했어. 두 절이 다 크나큰 절이고 스님들이 많이 사니까 그랬던 모양이야.

동쪽 절 스님이 소문을 듣고는,

"서쪽 절 뒷간이 그리 깊다니 내 한번 구경을 하러 가 봐야겠다".하고서 길을 떠났어.

서쪽 절 스님이 소문을 듣고는,

"동쪽 절 밥솥이 그리 크다니 내 한번 구경을 하러 가 봐야겠다".하고서 길을 떠났어.

둘이서 길을 떠나 걸어가다가 중간에서 딱 만났지. 만나서 서로 인사를 했어.

"나는 동쪽 절에 사는 중 아무개올시다".

"나는 서쪽 절에 사는 중 아무개올시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서로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어.

"동쪽 절 밥솥이 크다고 소문이 굉장하게 나서 구경을 하러 가는 길입니다".

"서쪽 절 뒷간이 깊다고 소문이 굉장하게 나서 구경을 하러 가는 길입니다".

그러고 보니 서로 구경 가는 절 스님끼리 만났거든. 그래서 과연 얼마나 깊고 크기에 소문이 그리 났느냐고 서로 물어 봤어. 먼저 서쪽 절 스님이 동쪽 절 스님한테 물었지.

"동쪽 절 밥솥이 얼마나 크기에 그렇게 소문이 짜하게 났습니까?"

"아, 우리 절 밥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크기는 참 크지요".

"대체 얼마나 크기에 그러십니까?"

"말할 테니 들어보시오. 마침 어제가 동짓날이어서 그 솥에다가 팥죽을 쑤지 않았겠소? 그 팥죽을 저으려고 스님 열 둘이서 배를 타고 들어갔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아직 안 돌아왔더이다.

오늘 저녁이나 돼야 돌아올까 모르겠소".

"야, 그것 참 굉장하군요".

그러고 나서 동쪽 절 스님이 서쪽 절 스님한테 물었어.

"서쪽 절 뒷간은 얼마나 깊기에 그렇게 소문이 짜하게 났습니까?"

"아, 우리 절 뒷간으로 말할 것 같으면 깊기는 참 깊지요".

"대체 얼마나 깊기에 그러십니까?"

"말할 테니 들어보시오. 오늘 아침에 내가 밥을 일찍 먹고 뒷간에 가서 볼일을 보지 않았겠소? 그러고 나서 바로 길을 떠났는데 그 똥이 아직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을 거요. 모르긴 몰라도 오늘 저녁이나 돼야 떨어지지 않을까 싶소".

"야, 그것 참 굉장하군요".

서로 이렇게 허풍을 대단하게 치고는,

"그만하면 동쪽 절 밥솥 큰 것은 잘 알았으니 뭐 가 볼 것도 없겠소이다".

"그만하면 서쪽 절 뒷간 깊은 것은 잘 알았으니 뭐 가 볼 것도 없겠소이다".하고 서로 싹 돌아서서 제각각 제 절로 가 버리더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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