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트릭스-이름에 담긴 뜻

'매트릭스'는 단순한 구조이면서 엄청나게 개념이 확장되는 영화이다.

왜 전화기는 전부 구식일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결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과연 총알을 피할 수 있을까. 이를 단선적으로 보면 불가능한 설정이다.

그러나 사고를 좀 더 확장시키면 가능하다.

지금도 게임방에서는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을 피하는 게임의 고수들이 있지 않은가. 아날로그인 게이머와 디지털의 게임이 만나면 가능한 일이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것은 이처럼 다른 세계인 것이다.

마치 예수가 인간으로서는 치유할 수 없는 장님의 눈을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는 증거와 같은 설정인 것이다.

'매트릭스'에는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이 드나드는 방의 번호에도 비밀이 들어있다.

트리니티의 방 번호는 303호. '삼위일체' 즉 '3'을 뜻하는 방이다.

그러면 네오의 방은? '101'이다.

네오는 'The One' 이기 때문이다.

101호는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 시민들이 끌려가 고문과 세뇌를 당하는 방 번호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알면 영화 속의 뜻을 명쾌하게 알 수 있다.

△네오-'네오'(Neo)는 '절대자'(One)의 철자를 바꾼 것이다.

새로운 구세주란 뜻의 'New'도 포함하고 있다.

△트리니티-하느님과 예수, 성령을 하나로 보는 삼위일체.

△모피어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 모피어스의 우주선인 '네부카드네자르'호는 성경에 나오는 바빌론 왕의 이름. 한국어 성경에는 느부가넷살로 나온다.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공중정원을 만든 이다.

△사이퍼-네오 일행을 배신하는 인물. 'Cypher'는 '부호', '암호'를 뜻한다.

그가 디지털부호로 만들어진 매트릭스 속으로 돌아가고픈 인물임을 짐작케 한다.

악마인 'Lucifer'의 변형이란 설도 있다.

△토머스 앤더슨-'앤더슨'은 영어 어원상 '사람의 아들(Son of Man)'이라는 뜻. '토머스'는 성경에 나오는 사도. 부활한 예수를 보고도 믿지 못하다가 예수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고야 믿었던 인물이다.

'매트릭스' 마지막 부분에서 네오는 스미스 요원의 옆구리에 주먹을 찔러넣은 후 그의 실체를 파악한다.

△시온-지상에 남아있는 최후의 인간 도시. 저항군의 기지 이름이다.

△페르세포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다.

제우스와 데메테르 사이에서 난 딸인데, 지옥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지하 세계로 끌려간다.

이처럼 '매트릭스'는 스토리와 화면효과로 보면 진부하고 날아갈 듯 가볍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만만찮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

'매트릭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홍콩영화의 카메라 웍이 할리우드 특수효과라는 틀을 만나 거기에 사이버 펑크와 기독교적인 알레고리, 불교사상, 심지어 광고기법까지 무차별적으로 섞어 넣은 하이브리드(혼성) SF영화인 것이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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