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20년전으로 되돌아가 보는 까닭

정확히 20년전인 1983년 10월 9일 한글날은 공휴일이었다.

이날 낮 12시 정각, 동남아를 순방중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노린 북한의 테러로 미얀마(전 버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미리 대기해있던 서석준 경제 부총리, 이범석 외무장관, 함병춘 청와대 비서실장, 김재익 경제수석 등 17명이 순직했다.

신문지면에 의하면 최근 전 경제수석 김재익 20주기 추모기념문집 출판식이 열렸다고 한다.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지만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숨지지 않았다면 나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만 42세때인 80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됐다.

저서 한 권 없고 언론과의 인터뷰도 극력 기피해 이렇다할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를 기리는 작업이 왜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가.

안전.자율.개방의 경제철학으로 한국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인물로 꼽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해 이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도 바로 김재익이라고 한다.

당시 대학생이던 김재익의 아들이 아버지가 독재정권에 협력한다고 항의하자 그는 "경제의 개방화와 국제화는 결국 독재체제를 어렵게 하고 시장경제가 자리잡으면 민주화는 자연히 따라온다"고 타일렀다.

또 친구들이 그가 전두환 정권에 참여한데 대해 "김재익은 김일성 밑에 가서라도 일할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그는 "만약에 내가 김일성을 설득시켜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확신만 있으면 해야지"라고 단호히 말했다.

'코드 중심'과는 사뭇 다른 소신이었다.

국가의 현실과 장래보다는 정파의 이해관계가 앞서는 현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여러가지 개혁정책들이 표류하는 원인에다 견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데는 솔선수범이나 자기희생을 통해 국민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신뢰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가령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는 식이면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요즈음 우리 사회의 분열현상은 어려운 경제 여건과 함께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와 권위의 하락을 불러온 중요 요인은 도덕성의 조기 붕괴다.

따라서 현 상황의 책임은 대통령과 '386'으로 불리는 젊은 운동권 출신 측근들의 몫이다.

개혁이란 무엇인가. 부패를 없애고 자유와 인권을 신장시키고 경제를 풍요롭게 만드는데 있다.

이런 가운데도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언행은 더욱 혼란만 가중시켜 왔다.

대표적 사례로 "경제는 좀 깽판이 나도 남북관계만 잘 되면 괜찮다"고 한 발언이다.

과연 그럴까. 아웅산 '깽판'에 희생된 동량 김재익같은 인물이 더욱 그립다.

2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에는 재신임이 없다.

김종윤(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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