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게 식은 아들의 주검 앞에서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가해자는 풀려나고 오히려 제 아들이 나약했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요? 아들을 이렇게 두 번 죽일 수 있습니까".
지난 8월말 강원도 인제군 모부대에서 복무중이던 아들 김모(22.일병)씨가 목을 매 숨졌다는 장남기(54.여.대구시 북구 검단동)씨는 피끓는 모정을 토했다.
비보를 듣고 달려간 부대에서 장씨는 아들이 고참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홀어머니 아래서 어렵게 자란 외아들은 행정반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참이었다.
부대 수사관들은 "(가해자들이) 3, 4년은 살 것"이라며 엄한 처벌을 약속했지만, 군 검찰이 내린 판결은 '일부 혐의 없음'. 가해자들은 얼마 후 멀쩡히 부대로 복귀했다.
"아들이 행동이 굼뜨고 느려서 그랬다더군요. 같은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습니까".
군 검찰의 수사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가해 고참들이 아들의 다리에 각목을 끼워 놓고 주리를 틀 듯 가해행위를 했다고 자백한 자술서가 수사자료에서 빠져 있었다는 것. 또 가해자들과 김씨를 성추행했다는 자백도 수사자료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장씨의 항변을 받은 부대측은 오히려 '죽은 김씨가 나약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장씨는 수소문 끝에 '군사상자유가족연대'의 도움을 얻었다.
이 단체의 개입으로 사건을 담당한 군 검찰관이 사단장 행정참모인 법무 참모직을 겸하고 있었다는 것도 밝혀낼 수 있었다.
군사상자 유가족연대 정재영 사무처장은 "한해 군 복무중 의문사로 죽어가는 현역병들 가운데 50%가 자살이라는 국방부 감사자료가 있다"며 "여전히 군대는 이들의 죽음에 대해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씨는 "이런 식이라면 누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고 하겠습니까"라며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울먹였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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