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형 사고야!".
21일 경북 봉화군에서 일어난 관광버스 추락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지인의 반응이다.
'또...' 하는 말에는 많은 인명피해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런 대형 사고가 유달리 대구.경북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따른 자조와 자괴의 감정이 담겨있다.
다른 대구.경북인들이 보인 첫 반응도 아마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형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대해 일부에서는 '대구.경북에 만연한 적당주의, 온정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이유는 없다.
적당주의, 온정주의가 우리 지역에는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없다.
대구 지하철 사고도 만약 똑같은 상황이 다른 지역의 지하철에서 생겼다면 '불쏘시개 지하철'이란 오명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던 온갖 인적.제도적 모순이 불행히도 대구.경북에서 터져나와 생긴 사고들일 뿐이지 다른 지역이 아닌 대구.경북이라서 그같은 불행한 일들이 생긴 것은 결코 아니다.
대형사고, 지역문제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의 관광버스 추락사고 소식에 '또...'라는 자조와 자괴의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은 현재의 대구.경북 상황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앞으로도 나아지기는 힘들 것이란 자포자기의 심정이 대구.경북인들 사이에 은연중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의 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좋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라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 거리가 아니다.
이미 10여년째 계속되어온 이야기다.
물론 경제적인 풍요 자체가 행복지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를 경험한 나라의 성장 정체는 시민의식을 불안하게 하고 우울한 쪽으로 몰고간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갖가지 혼란과 병폐도 여기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
특히 대구 경제의 추락은 대구.경북에 사는 이들이면 누구나 걱정하는 문제다.
게다가 대구.경북은 정권에서 소외됐고, 또 이 때문에 받는 불이익도 많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결국 예전과 다른 대구.경북의 정치.경제적 여건이 냉소.자조하는 주변부 의식을 대구.경북인들에게 은연중 심어주고, 위기감을 넘어 패배감까지 갖게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대구시도 '대형 사고'를 쳤다.
가뜩이나 빚 더미에 앉아있는 대구시가 삼성상용차 부지를 949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인수한 것이다.
첨단 대기업을 유치해 대구경제의 회생과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대구시의 각오다.
대구는 외자유치 문제에 있어 이미 쓰라린 경험을 한 바 있다.
지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있었던 삼성자동차가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이번의 첨단 대기업 유치 노력을 지켜보는 시.도민의 소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특혜를 주어서라도 유치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22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양아치' 운운하며 첨단 대기업 유치 노력에 재를 뿌리는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당의 인사가 유치를 거들고 있다는데 '그런 힘이 없다, 정치권 힘이 필요하면 한나라당에도 훌륭한 의원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요지다.
첨단기업 유치는 새 도약 발판
이 한나라당 의원이 대구의 시의원이 맞는지, 그리고 맞다면 경제 회생을 바라는 시.도민의 열망을 알고나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아니 한나라당에 그렇게 훌륭한 의원들이 많다면 지역 경제가 이 지경까지 되는 동안에 무엇을 했나. 전임 시장을 영어의 몸이 되게 하고 시정의 공백을 초래한 일도 한나라당 내부에서 일으킨 일이 아니었나. 시.도민의 열망은 도외시하고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한나라당 간판이면 선거에서 무조건 이긴다는 자만심을 다시 한번 보는 것 같아 아연할 뿐이다.
대구.경북은 하계 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삼성상용차 부지의 첨단 대기업 유치로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찾게 됐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성사된 것은 아니다.
이 첨단 대기업을 자기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다른 도시보다 결승 라인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것일 뿐이지 결승 라인을 지난 것은 결코 아니다.
예전의 삼성자동차와 같은 쓰라린 경험이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대구시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정치권도 대구시의 유치 노력에 전향적인 자세로 돕기를 당부한다.
시.도민의 열망을 무시한채 당리당략만 앞세워 접근한다면 이야말로 대구.경북의 회생과 발전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일 것이다.
허용섭〈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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