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58년만에 남자대회 컷 통과

'골프 여왕' 박세리(26.CJ)가 세계 정상급 여자골

퍼의 위력을 과시하며 골프 성대결사에 길이 남을 대업을 달성했다.

박세리는 24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 서코스(파72. 7천52야드)에서

열린 2003 동양화재컵 SBS프로골프최강전(총상금 3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

기 3개로 2오버파 74타를 쳤다.

중간합계 2오버파 146타가 된 박세리는 선두 조현준(29.140타)에 6타 뒤진 채

전체 115명 가운데 공동29위로 가뿐하게 컷을 통과했다.

여성 골퍼가 남자 프로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것은 지난 1945년 로스앤젤레스오

픈에 출전했던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58년만이다.

특히 남자 대회 컷 통과는 여자 골프계 '지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예선

을 통과한 수지 웨일리(미국), '골프 천재' 위성미(14.미국명 미셸 위), 장타자 로

라 데이비스(영국) 등도 이루지 못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첫날 악천후 속에 선전했던 박세리는 이틀째 바람이 잦아들면서 따뜻해진 날씨

속에 한결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첫라운드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 컷통과 가능성을 높았던 박세리는 이날 과욕을

부리지 않고 이븐파 성적을 유지하려는 듯 안전한 플레이를 택했다.

특히 드라이브샷 거리를 다소 줄여 안정적으로 페어웨이를 공략하면서 박세리는

86%의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을 기록했다.

또 정교한 아이언샷도 이틀째 안정세를 유지, 18개홀 가운데 15개 홀에서 규정

타수에 볼을 그린에 올려 버디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첫홀부터 드라이브샷이 오른쪽으로 빗나가면서 벙커로 들어갔던 박세리

는 3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벙커로 보내는 등 이날 모래와 씨름했다.

또 7번홀(파4)에서는 두번째샷이 그린 왼쪽 벙커로 굴러 들어갔고 벙커에서 퍼

올린 샷마저 짧아 그린 프린지에 떨어지면서 이날 첫 보기를 범했다.

1타를 잃은 박세리는 그러나 8번홀(파5)에서 2ｍ 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만회, 전반을 이븐파로 마칠 수 있었다.

후반 들어 3홀을 파로 막으며 이븐파 스코어를 유지하던 박세리는 그러나 13번

홀(파4)에서 드라이브샷을 왼쪽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렸고 이어 유틸리티클럽으로

친 두번째샷이 해저드로 향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자칫 더블보기를 범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4번째샷을 핀 50㎝에 붙여 피해를 최

소화하했지만 14번홀(파4)에서는 짤막한 파퍼트를 놓쳐 2개홀 연속 보기를 범했다.

이후 박세리는 막판 4개홀에서 잇따라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며 타수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이번에는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16번홀(파4)에서는 1.2ｍ이 컵을 돌아나왔고 17번홀(파3)에서는 7ｍ짜리 버디퍼

트가 홀을 살짝 빗겨가는가하면 18번홀(이상 파4)에서 다시 1.8ｍ 버디퍼트가 홀 왼

쪽을 스치고 지나갔던 것.

3홀 연속 버디 기회를 놓쳤지만 박세리는 컷오프 기준 타수인 6오버파에 무려 4

타나 앞서는 넉넉한 성적으로 남자대회 컷의 벽을 넘어섰다.

박세리는 "프로 생활을 해오면서 심리적으로 가장 부담되는 시간이었는데 무사

히 잘 마쳤고 성적도 좋아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틀째 박세리와 동반한 상금랭킹 1위 신용진(39.LG패션)은 이날 버디 4개를 잡

고, 보기와 더블보기 1개씩을 묶어 71타를 치며 언더파 대열에 합류했다.

11번홀까지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를 치며 상승세를 타던 신용진은 12번

홀(파3)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한 뒤 페이스에 제동이 걸렸고 13번홀에서 박세리와

나란히 더블보기를 범하며 1타 밖에 줄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 다른 동반자로 전날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디펜딩챔피언 양용은(31.카스코)

은 이날 7언더파 65타로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이븐파 스코어를 만들었다.

전날 3언더파 69타를 치며 공동2위에 올랐던 프로 4년차의 무명 조현준은 1타를

줄여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로 장익제(30.팀 애시워스) 등 3명의 2위 그룹을 1타

차로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 선두였던 정준(32.캘러웨이)은 3오버파 75타를 쳐, 중간합계 1언더

파 143타가 되면서 공동6위권으로 뒷걸음질 쳤다.

한편 국내 톱프로들과 1, 2라운드를 치른 박세리는 25일 오전 10시부터 한국오

픈 초반 선전했던 이선호(27), 서종철(29) 등과 함께 3라운드 경기에 들어간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