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보행권

대구시가 시민들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걸어다니는데 불편과 불안이 없는 쾌적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중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조례를 만들어 1차로 도심 1차 순환선 안에 위치한 동성.동문.남성.남문지구에 2007년까지 200억원을 들여 보행자 전용도로를 확대지정하고 78개 도로에 인도.차도 분리시설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최근들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보행권은 법률적 개념은 아니지만 보행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7년 시민단체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보행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횡단보도는 없고 지하도와 육교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없거나 작동이 안되는 서울 광화문 지역에서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도로를 건너는 일이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보행권을 주장하며 횡단보도 설치 운동을 벌였다.

결국 광화문에 횡단보도가 설치됨으로써 보행권이 일반시민들에게 의미있게 다가온 것이다.

▲이에 앞서 1995년 정부가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보행권 확보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이 운용하고 있는 스쿨 존(school zone)제도와 비슷한 이 제도는 어린이들이 통학하는 초등학교 주변의 주요도로를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교통안전시설물 설치 및 차량의 통행제한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상황도 좋은 편이 아니다.

통학시간에 차량과 아이들이 뒤섞여 불안하기 짝이 없다.

법으로 만들어 지키기로 돼 있는 지역에서조차 그 지경이니 일반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번화가, 시장, 공사장 주변 등은 있는 인도에서조차 사람이 쫓겨나는 현실이다.

그래서 매년 발생하는 약 25만건 안팎의 교통사고중 보행자사고가 40%이상을 차지하고 인구 1만명당 10명 이상이 길을 걷다가 차에 치여 숨지는 세계 최악의 보행지옥이 한국이다.

▲도로는 사람의 것이다.

도로에서 주인인 사람들은 밀려나고 자동차가 주인인양 판을 치고 사고를 치는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은 누구에게나 숨쉴 권리가 있듯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뒤늦게 대구시가 보행권에 눈을 떴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시작을 내년 상반기로 느긋하게 미룬 것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느낌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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