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SK비자금' 특검 추진

한나라당이 여야 대선자금에 대해 "전면적이고 무제한적인" 특검제 실시를 들고 나옴에 따라 정국에 또다시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실질적 여당인 우리당과 검찰이 반대하고 있어 현실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나 단독으로 특검제를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밀어부치면 특검제 실시는 가능해진다.

한나라당이 마련중인 특검법안의 골자는 SK비자금의 전체 규모와 사용처 뿐만 아니라 현대비자금,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 등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선 당시 여야가 조성한 불법자금의 전모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특검은 한나라당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위험부담을 안고 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데는 SK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에는 불순한 정치적 저의가 깔려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병렬 대표가 26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검찰의 수사는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고 공평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검찰로는 힘들다"고 한 것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현실판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이 특검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특검이 실시될 경우 한나라당이 잃는 것이 많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란 전략적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도덕성을 트레이드마크로 해 당선된 만큼 그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수사결과가 나오면 노 대통령의 존립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탄핵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와 관련 박진 대변인은 27일 "우리 당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며 노 대통령 역시 불법 대선자금이 드러나면 그것이 탄핵사유인지, 물러날 일인지, 재신임 투표에 맡길 것인지 법의 잣대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제 도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최 대표의 특검제 요구에 대해 각 당 합의하에 정치권이 결단하면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 대표는 대선자금에 대해 전면적인 특검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며 수용의 뜻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입장은 다르다. "정치권이 결단할 때까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뜻"(윤태영 대변인)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단독 통과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해도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대상과 기간.범위를 놓고 각당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격렬한 논쟁이 예상되는 데다 특검 추진이 SK비자금 전모에 거의 접근해가고 있는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는 여론의 의심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나라당의 입장은 특검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 대표도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점을 분명히 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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