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재출국 시점이 정가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에서 체류 중 차남 수연씨 결혼식(25일)과 선친 1주기 추도식(30일) 참석차 일시 귀국했으나 SK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그야말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고 이 전 총재 출국금지설이 회자되는 시점에서 출국할 경우 '수사회피'라는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는데다 그렇다고 무작정 출국시점을 늦출 형편도 아니다.
따라서 이 전 총재의 출국시점은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 이후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 이 전 총재측도 27일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입장 표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검찰수사 속도가 이 전 총재의 출국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입장표명 시기나 방법을 두고 여전히 이 전 총재측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사과론'을 통해 비자금 정국을 정면 돌파하자는 이가 있는 가하면,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 자신은 현재까지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
다만 이 전 총재측은 "출국 준비야 1~2일이면 끝나는 만큼 날짜를 못박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사과한다고 해서 누가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해 일단 검찰수사 발표 이후 대국민사과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앞서 이 전 총재는 25일 서울 성북동성당에서 차남 수연식의 결혼식을 치렀다. 이날 식장엔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하기 위해 유인태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했으며 박관용 국회의장,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홍사덕 원내총무, 이강두 정책위의장 등 당 소속 의원 3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전 총재는 부인 한인옥 여사와 함께 하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의례적인 말 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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