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못난 아들을 용서하세요. 불효의 아쉬움만 품고 떠나갑니다. 저승에서라도 편히 모시겠습니다'.
칠순 아버지의 음독 자살에 충격을 받은 40대 노총각 아들이 이튿날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5일 오후 5시쯤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한 박모(42.영양군 수비면)씨는 안방에서 신음하던 아버지(77)를 발견했다. 곁에는 제초제 병이 구르고 있었다. 119 구급대에 신고해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아버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6.25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인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며 3남1녀를 키웠다. 비록 가난한 살림이지만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중풍이 찾아왔다. 노부모를 모시는 탓에 막내 아들이 장가를 못간다고 마음이 아팠는데, 몸까지 병들어 거동조차 힘들게 되자 박씨는 결심을 굳혔다. 아들이 밭에 나가 집을 비운 새 박씨는 집에 있는 제초제를 마셨다.
26일 오후 1시30분쯤 한많은 삶을 살던 아버지의 죽음을 병원에서 확인한 막내 아들은 그 길로 집에 돌아와 술을 마셨다. 장가도 못간 막내가 부담스러워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한 아들은 끝내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밤 11시쯤 아버지가 숨진 그 안방에서 목을 맸다. 효도를 다 못한 안타까움을 담은 쪽지만 남긴 채.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목숨을 끊었고,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농촌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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