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앙 호~~".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된 김성복(24)씨가 팔공산 산행에 올라 대구시내를 바라보고 외친다.
코미디언 '맹구'가 소리 지르는 것처럼 목소리도, 발음도 이상하지만 왠지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26일 오전9시. 경북 고령군 성산면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요셉 재활원의 장애인 15명이 팔공산 해원정사 주차장에 모여 동문을 지나 가산바위까지 산길을 올랐다.
발에 쥐가 나고 물집이 잡히고, 숨이 차서 호흡을 고르기도 힘들었지만 15명 모두 가산바위 정상에 올라 대구 시내를 바라보고 '태어나 제일 높은 곳에 올랐구나'라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산행은 재활원에 정기적으로 햄버거를 전해주면서 '햄버거 아저씨'로 통하는 경일대 산악회 차진철(38.롯데리아 대곡점 운영) 회원과 산악회의 영원한 살림꾼이란 별명을 가진 경북도 공무원 박대희(49)씨가 재활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산악회 선후배 30여명과 함께 산행 도우미로 나서 재활원 사상 처음인 등반이 이루어진 것.
사고의 염려 때문에 재활원생 1명당 산악회원 2명이 보조해 보통사람이면 1시간정도 걸리는 산행코스를 천천히 쉬어가면서 3시간만에 목적지까지 다다랐다.
산행에서 뒤쳐진 지미숙(29.여.청각장애)씨는 "4살때 산에서 버려진 아픈 기억 때문에 산에 오를땐니 불안과 공포가 몰려온다"며 "마음의 안정을 취한 다음 목적지까지 내발로 걸어가겠다"고 수화로 말했다.
가장 어린 나이로 산행에 오른 김모세(8.지체장애)군은 "정상에 빨리 올라가 김밥을 먹어야 한다"며 선두에 서서 종종걸음으로 한발한발 내디뎠다.
나이가 가장 많은 김상호(44.지체장애)씨는 "평소에 자전거를 많이 타 근력이 붙어 별로 힘들지 않다"며 "가산바위에 올라보니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가산산성을 처음 찾았다는 재할원장 김상조(대건안드레아) 신부와 성요셉요양원 김귀숙 원장은 "너무 좋은 추억이자 경험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들은 박씨과 차씨 등 회원들이 집에서 정성껏 마련해 온 김밥과 따뜻한 국으로 가을 한 낮의 점심을 즐기고 하산했다.
이날 부인과 함께 동행한 대구시산악연맹 성기환 부회장은 "지미숙씨를 포함, 15명 모두 가산바위까지 오른 것을 축하한다"며 "장애를 딛고 산행에 나선 재활원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산행을 마친뒤 주차장에서 가진 이별의 자리에서는 헤어지기 싫어 모세군이 도우미 손을 잡고 함께 가자며 손을 놓지 않아 가슴 아프게 했다.
회원들은 "다음에 재활원에 한번 들릴께"라고 달래고 서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후일을 기약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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