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웰빙족'

우리나라에 '미시(Missy)'라는 낱말이 등장한 지는 10여년이 됐다.

원래 패션 용어지만 '미시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면서 '아가씨 같은 아줌마'를 일컫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미혼처럼 보인다'는 외형적인 변화보다 여성들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이들은 백화점에서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명품 핸드백을 쉽게 구입하면서도 할인점에서는 몇 백원에 불과한 콩나물 값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소비의 양극화 현상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게 마련이다.

요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자연과 건강이 최고'라는 바람이 거세지는 느낌이다.

헬스클럽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저칼로리 식품과 유기농 채소를 즐겨 먹는 등 건강과 다이어트가 생활의 화두로 떠오른 '웰빙(Well-being)족'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화두는 건강뿐 아니다.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있기도 하겠지만 마음의 안정까지 좇는 게 특징이다.

▲근래에는 소비 형태도 크게 바뀌고 있는 모양이다.

과거와 같은 '과시형'이나 '물질형' 소비보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소위 '웰빙형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LG카드가 올해와 2001년의 1월에서 9월까지의 카드 이용액을 비교한 결과 소비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서초에서는 헬스클럽 이용액 증가율이 123.3%로 상권의 주요 업종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개인병원이 그 다음으로 81.8% 증가한데 이어 종합병원(66.9%).피부미용실(37.5%).한의원(31.2%) 등으로 집계돼 건강과 관련한 카드 이용이 두드러진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반면 정보통신.가전.특급호텔.의류.귀금속 등의 이용도는 50% 이상에서 14% 정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계에선 이 현상을 '소비 문화의 변화'라는 시각과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추세'라는 분석이 엇갈리는 모양이나 달라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깨끗하고 좋은 음식을 즐기고, 신체적인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날이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의 골이 깊어 가는 마당에 물질보다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웰빙'이 반가운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의 의미와는 달리 또 다른 사치로 변질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건강 회복을 위해 '웰빙'이 고급 소비문화로 치닫기보다는 '나눔'의 미덕을 전제로 한 '조화로운 삶의 추구'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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