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의 일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모친은 왼손잡이였던 나를 고치기 위해서 무진 애를 쓰셨다.
혹여라도 사랑하는 자식이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그물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한 염려에서였다.
어머니는 특히 밥 먹을 때만은 왼손을 쓰지 못하도록 네댓살배기였던 나의 왼팔을 상체에 매어놓고 오른팔로 수저질을 하게 하셨다.
어린 나는 불편해서 징징거리면서도 칭찬이 담긴 오른 수저를 입으로 가져가곤 했다.
어머니 덕에 나는 지금껏 왼손잡이 소리를 듣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장성해서 보니 어머니가 유독 식사 때 오른손질을 강조하셨던 이유가 있었다.
한자에서 오른쪽은 '입'을 달고 있는 '우(右)'이다.
오른손이 밥먹는 손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따라서 한자 문화권에서는 유별나게 왼손으로 밥먹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전통이 형성되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일본은 왼손으로 젓가락질하는 아이들은 때려서라도 고치는 것이 관습이었다.
식사문제가 아니라도 왼손은 차별을 받아왔다.
우리말에서 오른손은 '옳은 손'의 변형이다.
아직도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왼손이 차별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석기시대 원시인이 썼던 석기를 분석해보면, 당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이 동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토마스 칼라일의 '창과 방패의 이론'에 따르면, 전쟁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왼손으로 방패를 들어 심장부위를 막고 오른손으로 창이나 칼을 쓰던 습관이 오랜 시간 체질화되면서 오른손잡이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론(異論)도 만만치는 않지만 어쨌든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또다시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잽이'라고 불리던 왼손잡이에 대한 놀림도 사라진 것 같다.
오히려 왼손잡이의 권익을 주장하는 단체와 사이트까지 형성되었고 우뇌의 중요성에 부응해서 왼손잡이가 각광을 받기도 한다.
왼손잡이를 혹독하게 교정했다는 일본에서조차 젊은이들 가운데는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왼손잡이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가 50%나 된다는 조사도 있다.
왼손잡이에 대한 시각이 180도 변한 것을 보면서,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냉혹하게 당사자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개인적 편견이 실상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상히 가야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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