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살빼기 마술'에 단단히 걸린 것 같다.
물론 비만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사망률을 높이는 심각한 질환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을 빼겠다는 욕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얼마전 지방흡입술을 받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약만 먹고 주사 몇 방 맞으면 살이 빠진다는 사이비 비만치료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매일신문은 비만치료를 하고 있는 의사들을 초청, 독자들에게 비만치료의 허와 실을 전해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김교영=얼마전 대한비만협회가 비만 치료 약물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의료계의 이견이 분분하던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박진용=고혈압, 당뇨병을 가진 비만환자의 경우 체질량지수(BMI:체중〈㎏〉/신장〈㎡〉)가 23 이상인 경우, 일반인은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경우 약물치료를 합니다.
외국에서는 파라메디컬(준의학적 치료)에서 하는 비만치료가 거의 없지만 우리 나라는 각종 비만연고, 다이어트식품, 체형관리 등 병원 외적인 치료에 돈을 더 많이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동욱=약물을 과다 복용했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일부 비만클리닉이 이같은 처방을 발급하고 있어 비만협회가 약물치료 지침을 발표한 것입니다.
▶김=부작용이 심각한 약물의 종류는 어떤 게 있나요?
▶이=갑상선 호르몬제, 이뇨제 등은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실제 치료 과정에서는 빠른 효과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죠. 또 식욕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경안정제, 간질약 등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 역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불어나고 장기 복용할 경우 약물의존성이 높아집니다.
▶김=약만으로 살을 뺄 수 있습니까?
▶이=일부 병.의원들이 환자가 원하는대로 약이나 주사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비만이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로 한정해야 합니다.
▶김=실제로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오로지 살빼는데만 신경쓰고 약물로 인한 위해에 대해선 상관하지 않기 때문 아닌가요?
▶박=대구에는 비만을 제대로 공부한 의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것도 무분별한 약물치료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죠.
▶김=많은 사람들이 수술이 비용부담은 있지만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수술로써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나요?
▶이=일부 연예인들의 비만 치료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방흡입술에 대한 환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만은 결국 라이프 스타일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즉 체형을 교정하기 위한 수술은 문제가 없지만 체중감량을 목표로 한다면 문제가 따르게 됩니다.
▶김=수술을 받고도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서는 비만치료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군요. 그럼 수술에 따른 부작용은 없습니까?
▶박=외국의 경우 지방흡입술을 할 때 전신마취를 하지 않지만 우리 나라는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 부작용이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동식 흡입방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 부분마취 후 수술을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을 앓는 경우 가급적 수술을 피해야 합니다
▶이=미국의 경우 매년 30만건의 지방흡입술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수술 중 사망사고는 1만명당 1명꼴이며 대부분 전신마취로 수술을 할 경우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방흡입술을 할 때는 사전에 의사와 충분한 면담을 해야 합니다.
또 경험 많은 의사가 안전시설이 확보된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김=너나 없이 살빼기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데, 비만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에 대해 한 말씀.
▶최호순=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거나 23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관절통, 심장이상,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비만치료를 해야 합니다.
▶김=비만 어린이가 많은데 이들에겐 어떤 치료를 하는가요?
▶최=어린이 비만은 십중팔구 성인비만으로 이어집니다.
이들에겐 약물요법이나 수술요법은 가급적 피하고 식이나 운동요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김=어린이들에게 약물이나 수술요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박=어린이는 세포가 성장하는 과정에 있죠. 특히 어린이는 약물요법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며 수술을 할 경우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그동안 비만에 관심이 없던 의사들이 비만 시장에 대거 뛰어들고 있습니다.
부작용은 없을까요?
▶박=상당수 비만 클리닉에는 전문인력이나 장비, 노하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이=일부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운동하지 말고 약만 먹어도 된다'고 말하는 의사들이 있다는데 같은 의사로서 부끄럽습니다.
▶김=특정 부위의 살을 빼기 위해 특정 부위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효과가 있나요?
▶이=그렇지 않습니다.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윗몸일으키기 등 부분 운동보다는 조깅 등 전신운동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특히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 등 기초대사량을 올리는 운동이 효과적이죠. 아울러 체중관리를 위해서는 운동의 강도보다는 운동시간을 늘리는 게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달리기보다는 오히려 걷기가 살빼는 데 더욱 효과적입니다.
▶김=끝으로 비만치료를 하는 의사로서 정작 본인들은 어떤 식으로 비만관리를 하는지요?
▶박=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가급적 먹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오후 8시 이후 음식물 섭취를 피합니다.
▶최=자주 걸으려고 노력하죠. 늦게까지 진료하다보면 야식에 대한 유혹이 있는데 배 고프더라도 꾹 참습니다.
▶김=바쁜 가운데 좌담회에 참석해 줘 감사합니다.
정리=최창희기자 cch@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