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고품질 쌀로 알려진 'oo쌀'만을 사먹는 주부 김영희(52·대구시 북구 관음동)씨는 우연히 쌀 포장지의 원산지표기란을 보고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oo쌀'이라는 같은 상표를 사용하면서도 원산지표기는 '국내산'과 '의성'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뒤늦게 '국내산'으로 표기된 것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정부양곡을 쌀가공공장이 공매로 사들인 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농산물품질관리법의 느슨한 원산지표시규정이 정부양곡의 공매쌀을 유명브랜드쌀로 둔갑시켜 국내 쌀시장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가공품의 원산지표시 대상 및 방법' 제3항 제1호는 "국산원료는 '국산'으로 표시하거나 그 원료가 생산된 시·군명으로 표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전국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도정공장들은 보통 그 지역에서 생산된 쌀은 시·군명을 원산지로 표기하면서도 공매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 사들인 정부양곡은 '국내산'으로 표기해 유통시키고있다.
실제 대구시내 유명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경기ㅇㅇ쌀, 강원△△미 등 유명브랜드쌀과 경북도내의 유명 브랜드쌀의 원산지를 두 가지 형태로 달리 표기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원산지표시를 제외하곤 상표는 똑같아 원산지표시규정을 잘 모르고 브랜드만을 보고 쌀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주부 김씨는 "가공업체들의 '눈가리고 아옹'하는 브랜드쌀 판매는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내 미곡종합처리장과 도정공장들은 "우리는 현행법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며 "문제가 된다면 법을 바꿔 공매곡은 공매곡이라고 표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정부양곡이라고 모두 품질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면서도 "소비자들은 쌀을 구입할 때 브랜드보다 원산지와 생산년도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중앙회경북본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올해 전국 시도 지역본부를 통해 공매한 정부양곡은 196만3천석이다. 이중 경북도내 농협·일반미곡처리장 34곳과 도정공장 등 54개 쌀가공공장들이 공매로 사들인 2002년산 쌀은 32만2천석으로, 업체마다 적게는 수천가마(40kg 기준)에서 많게는 수만가마를 사들여 이같은 방식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박운석·이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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