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인과 기업인은 교도소 담 위를 걷고 있다'는 말이 여의도 정가에서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검은 돈' 사건이 터져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이 와중에 검찰이 졸지에 최고 권력으로 등장했다.
사회 곳곳에서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염동연 노무현 후보 특보 2억8천800만원, 한광옥 민주당 고문 1억1천만원,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150억원,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200억원+3천만달러(약 360억원), 정대철 통합신당 의원 4억2천만원, 최도술 전 청와대총무비서관 11억원, 이상수 통합신당 의원 25억원,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 100억원.
참여정부가 등장하자마자 터져나온 나라종금 퇴출 로비 사건에서부터 현대비자금 사건-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SK비자금 사건에 이르는 동안 사법 처리를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이다.
이들이 받았다는 돈은 자그마치 745억원이다.
여기다 한나라당이 15대 총선 때 안기부 자금을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1천200억원까지 합치면 1천945억원이다.
교육시설 부족에 허덕이는 초중등 학교에 강당 150개는 거뜬히 지을 수 있다.
결식아동 30만명이 1년동안 2천원짜리 점심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먹고도 남을 돈이다.
중간중간에 터진 '작은' 돈 뭉치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런 수준이다.
그 이전의 대사건들은 논외로 쳐도 이 정도다.
또한 밝혀진 검은 돈보다 햇볕을 보지 않은 검은 돈 문제가 더 크다는 게 정설인 만큼 정치권의 검은 돈 이야기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매일 정치인이 검은 돈을 받았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스트레스와 함께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가치관 혼동까지 겪고 있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이 끝이 아니란 점이다.
기업 비자금은 현대와 SK 등 단 두개만 건드렸을 뿐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100대 기업에 후원금을 거뒀다고 밝힌 바 있고 한나라당도 담당기업을 나눠 후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다른 기업의 비자금까지 수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 자금'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수사진도 정치인의 '축재'에 분개하는 분위기라 '끝까지' 수사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검찰의 검은 돈 수사로 대통령이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게 했으나 파장이 숙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며 '특검 카드'로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노 대통령후보선대위도 할당모금을 했고 비밀장부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국민으로서는 검은 콩, 흰 콩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이제 정치권이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챙기기를 바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브레이크를 밟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차제에 모두 털어 국민 앞에 고백하고 정치개혁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지방분권국민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집행위원장은 "대통령이 재신임 투표를 제의하고, 야당 대표가 특검과 대통령 하야를 언급한 마당이라 정치적 타협도 쉬워보이지 않는다"며 "차제에 모두 발가벗기고 정치자금법 개정 등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영남대 정외과 김태일 교수도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하고 있으나 이를 제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권위도 세력도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부작용과 상처가 크더라도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해선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으로 보고 감내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