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레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기에 힘들어도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께 빌려고 왔어요". 바람이 제법 차가운 27일 오전, 팔공산 갓바위부처(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앞. 저마다 정성을 다해 절하고 기도하는 사람들로 제법 넓직한 기도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팔공산 줄기를 굽어보며 위엄있게 우뚝 선 갓바위 부처는 특히 매달 음력 그믐부터 초이레까지 영험이 뛰어나다고 한다. 때문에 요즘엔 기도객들로 계단길이 좁을 정도. 갓바위주차장 매표원 김태동(40)씨는 "새벽 4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오는 기도객만 해도 1천여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했다.
갓바위로 오르는 길은 언제나 전국에서 찾아오는 기도객들로 북적인다. 때문에 제걸음에 올라간다기보다는 떠밀려 올라간다는 말이 맞을 정도. 특히 입시철을 맞아는 하루 5만여명이 넘게 찾는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중에 2열 횡대로 행군하듯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경사가 급한 계단에 행여 사고가 날까 두렵기도 하다. 마음이 급해도 앞지를 수 없다. 사람 사이에 파묻혀 꼼짝을 못해도 한마디 불평이 없다. 행여 부정탈까 두렵다. 불평은 커녕 마음 속으로 "우리 아들.딸 시험에 꼭 붙게 해주세요"라며 간절히 기도한다. 마치 고난을 견뎌야 영험을 볼 수 있다는 듯이.
공양미나 공양초를 짊어지고 올라가서 갓바위 부처님 앞에 바치고 향을 피워 놓고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모두들 너무나 숭고하고 경건하다.
갓바위 부처 앞 접수처에서 일하는 윤불국토 보살은 "지난 일요일에는 입시철을 앞둔 기도객들과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객들로 10만여명 정도는 다녀간 것 같다"며 "오전 10시부터 너댓시간은 이 큰 산이 인파로 길이 다 막혀서 오르내리기 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김보원행 보살은 "입시를 앞둔 요즘엔 일주일 내내 꼬박 철야기도를 하는 분들도 100명이 넘는다"며 거든다.
특수교육과를 지원하려는 고3 딸을 두었다는 곽태정(50.여.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씨는 "일년에 몇차례 이곳에 올라와 기도를 하면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딸이 지금까지 공부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빈다"고 했다. 울산에서 매달 음력 초사흘마다 갓바위를 찾는다는 이금순(50.여.울산시 야음동)씨는 "갓바위 부처님이 부산과 양산쪽을 바라보고 있어 이쪽 사람들의 소원을 더 잘들어 준다기에 3년전부터 매달 찾아온다"며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고 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 각지에선 새벽부터 갓바위를 찾는 신도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다닌다. 1만원 정도만 내면 이곳에 와서 3시간 정도 기도하고 돌아갈 수 있다. 이옥수(76.경남 통영시) 할머니는 "이곳을 다녀가면 모든 일이 잘 되는 것 같아 30년 넘게 한해도 빠짐없이 이 곳에 온다"고 했다.
부산에서 갓바위간 관광버스를 운행한다는 엄화섭(68) 기사는 "바다와 이런저런 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이 많고, 효험을 많이 본다는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예전부터 갓바위를 찾는 신도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경제사정이 어렵다보니 시줏돈은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곁에 있던 한 아주머니는 "시줏돈의 많고 적음이 별 대수겠었요. 바른 마음을 갖고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되죠"라며 눈을 슬쩍 흘긴다. 매년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갓바위. 그러나 사람들이 가까이 갈수록 갓바위 부처는 더 멀어질런지 모른다. 위로받을 곳이 필요하고, 힘들 때 기댈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소 막연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위안이 아닐까.
"욕심도 없고, 옳고 그름도 없고, 한 곳으로 향해 기도하고 절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 마음이 그저 아름답지 않는냐"는 한 스님의 말이 돌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가슴에 남았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사진:수능시험을 앞둔 요즘 팔공산 갓바위 불상 앞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기도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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