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공부중?". 요즘 '도둑 공부'하는 경찰이 적잖다. 내년 1월에 실시될 계획인 경찰 승진시험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시험에서는 경찰청이 사상 최대 규모의 진급자를 뽑는다는 계획이어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도둑공부도 마다않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승진을 포기하다시피 한 경찰관들도 너도나도 덮었던 수험서를 다시 꺼내고 있다.
경감6명과 경위20명, 경사42명을 뽑은 지난 1월 대구 경찰청 승진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30대1. 그러나 내년 시험부터는 경사에서 경감 승진에 걸리는 평균 14년 정도의 소요연수를 타 직종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고려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어서 승진 대상자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경찰서 내근부서에서 근무하는 모 경사는 "내놓고 공부는 못하겠고 종이에다가 적어와서 몰래 펴 놓고 틈틈히 읽어본다"며 "집중이 잘 안돼 큰 효과는 없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느냐"고 했다.
외근직 경우 나가서 빈사무실이나 강당 등지에서 몰래 공부한다. 아예 사무실에서 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배짱형도 있다.
독립공간이나 내근부서에서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눈치 보이긴 마찬가지.
'시험 끝나고 보자'며 단주를 선언한 사람도 적잖다. 주 한 차례 정도 직원들과 함께 어울렸던 경찰관들도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술을 마다하고 집이나 독서실로 향한다는 것. 수사부서 근무의 한 경위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당분간 술을 끊기로 했다"며 "마음을 다잡으려 동료들에게 승진하면 근사하게 한 잔 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사부서 형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형사계 반장은 "성적관리도 안되고 시험공부할 시간도 없어 아무리 승진 폭이 넓다해도 힘들긴 마찬가지"라며 "형사부서를 기피하지 않도록 승진시험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험열풍이 자칫 치안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내년 1월까지 경찰들의 공부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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