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시작해볼까요. 하나, 둘, 셋. 쿵짝 쿵짝…".
27일 오후 6시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주택가 한 지하 사무실. 어스름이 깔리면서 하나 둘 모여든 이들이 드럼.기타.신시사이저 등 악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은 어슬퍼 보이는 자세지만 표정만큼은 자못 진지한 이들은 30, 40대 주부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GG밴드' 멤버들. 드럼을 맡고 있는 단장 이복란(44)씨를 비롯 베이스 권향자.신시사이저 조자원.리더기타 이순희씨와 유일한 30대이자 막내인 보컬 유문자씨가 그 주인공. 성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 단장과 성서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씨 및 주부인 조씨 등은 서로 몰랐으나 이번 밴드결성을 위해 모인 것.
평범한 '보통 아줌마'였던 이들이 이름도 대단한(?) GG(Great Girl)밴드를 결성한 것은 지난 7월. 6월 대구시 주최로 열린 달구벌가요제에 그냥 재미삼아 출전했었다는 단장 이씨가 달서구 성서의 주부 3명과 서구 내당동에 사는 권씨까지 알음알음으로 끌여들여 의기투합, '아줌마의 반란'을 꾸민 것.
"출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가족들의 반대에 밀려 4명의 회원들이 중도에 그만뒀죠. 더욱이 악기라곤 잡아보지 않았던 왕초보들이라 그동안 겪은 어려움은 말로 다 못합니다".
하지만 매일 3시간씩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도록 매달린 덕분에 다음달 1일 계명대에서 꿈에도 그리던 첫 공연을 갖게 됐다.
소문이 나면서 이젠 회원이 되겠다고 하는 이들도 늘어 오디션을 봐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멤버들끼리 나눌 정도로 인기.
단장 이씨는 "드럼 대신 타이어를 한달 넘게 두드릴 땐 정말 그만 두고 싶었지만 애들이 엄마가 '짱'이라면서 응원해줘 큰 힘이 됐다"며 "이젠 남편도 찢어진 청바지가 잘 어울린다며 좋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주로 아주머니 대상의 가요교실을 운영하며 GG밴드 결성을 권유하고 지도까지 맡은 권승남(33)씨는 "불혹을 넘긴 주부들이지만 음악에 쏟는 정열은 20대 못지않아 놀랄 때가 많다"며 "공연에서 모금한 후원금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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