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신문시장(6)-낮은 광고 의존도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전체 매출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전국지·지역지를 막론하고 광고비 비중이 80%를 넘는다.

한국언론재단은 지난해 전국지 평균 광고 비중이 82%를 넘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광고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선 신문을 많이 파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야 한다.

실제 유가 판매부수와는 상관없이 많이 찍어내야 광고주들을 최대한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 신문사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판매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자전거일보, 비데신문이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불공정 판촉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광고유치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신문 판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나중에 광고비로 상쇄할 수 있으니 판매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심각한 왜곡 현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판매는 광고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독자들에게 양질의 기사를 제공해야 할 신문사가 광고 서비스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엄청난 불행이다.

그러나 선진 신문시장 경우 광고매출 비중은 많아도 70%를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나머지는 판매 및 사업 수익이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신문사들끼리의 과당경쟁이 거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 신문시장에서와는 달리 광고주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신문사의 압력에 의해 광고를 게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일본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신문. 유가부수 기준 23만부를 발행하는 이 신문사의 광고 수익은 전체 매출의 20%에 불과하다.

지대수익이 50%이며 나머지는 출판, 사업 수익으로 충당한다.

그래서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신문사 운영을 하고 있다.

전 노조위원장 오구라씨는 "수년 전만 해도 광고비중이 절반에 가까웠으나 출판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하면서 광고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신문사는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행사 등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회사차원의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출판사업을 단행해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조·석간 100만부를 발행하는 고베신문도 광고비 비중은 60%이다.

프랑스 3대 도시 리용의 최대 신문 '르 프로그레스'는 광고비중이 전체 수입의 30%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7천만유로(약 900억원)를 들여 대대적인 확대경영을 계획하는 이 신문사는 독자 수를 1%라도 늘릴 수 있다면 투자할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장 클로드 라쎌 편집부국장은 "판매 부수가 증가함에 따라 광고매출이 늘어나겠지만 광고 수주 확대가 목적은 아니다"고 했다.

영국의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지도 광고비중은 60%선. 이 신문사는 광고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출판 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중이다.

영국 최고 축구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 지역에 있어 이를 토대로 한 사진첩 발간, 축구전문지 발간 등 수익 사업 확대를 꾀해 성과를 내고 있다.

광고 매출 비중을 줄이는 것은 결국 신문기사로 독자들에게 승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가 광고 게재를 염두에 두고 기사를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한국에서는 매출 증대를 위해 기자들이 홍보성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브라이언 로더스 편집부국장은 "독자들의 신뢰를 상실하는 일"이라며 "그렇게 되면 누가 신문을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독자들의 신문에 대한 애정은 결국 양질의 기사에서 비롯된다.

신문 구독을 확장하는 것도 오랜 전통과 기사에 대한 신뢰에 따라 결정되지 경품의 종류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독일 마인츠대학 언론학부 크리스티나 홀츠바샤 교수는 "비싼 경품은 그만큼 신문사 광고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은 기업의 원가 개념에 포함돼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잘 아는 독자들이 경품 때문에 신문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에도 간단한 경품은 있지만 효용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독자들이 구독신문을 잘 변경하지 않으려는 경향 탓에 유럽에서는 새로운 독자 확보보다 독자를 확보한 신문 인수가 휠씬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자본력을 가진 미디어그룹이 신문을 인수하거나 매각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독일은 전체 360여개 신문(전국지 5개) 가운데 60%를 4개 미디어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영국도 상위 20개 그룹이 전체 지역신문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나 다른 유럽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소유가 집중돼 있다고 해서 편집권이 종속당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언론인연맹 인쇄매체 간사장인 게르다 타일레씨는 "소유와 편집은 완벽하게 분리돼 있으며 같은 그룹에 소속돼 있다 하더라도 논조는 확실한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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