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37).이동수(36).김은환(36)씨. 이 세사람을 연결하는 끈은 연극무대다.
이 외에 또다른 공통점이라면 대구지역 연극계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선두주자로 손꼽힌다는 것.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연극계의 미래인 이들은 하나같이 대학입학 때 딴 공부를 택했다.
최씨는 불문학을, 이씨는 물리치료를, 김씨는 신학을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연극에 흥미가 있었다는 이들이 전공으로 연극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벌이가 시원찮기 때문이다.
최씨는 "연극으로는 딸린 가족들 굶기기 십상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찮았다"며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안하고는 못 살겠다는 생각에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씨가 맞장구를 친다.
"그래서 지금 많이 후회하잖아. 하하. 결혼이 가장 큰 문제더군요. 한 가정의 가장인데, 일정한 고정수입이 없으니…. 정든 연극판을 뒤로 하고 보험회사, 장사 등으로 나섰지요. 결국은 이렇게 돌아왔지만".
"그래도 저 친구들은 저보다는 낫지요. 목사 되겠다고 신학대학 다니다가 뛰쳐나와서는 공장에서 5년간 일하고, 그리고 29세에 한참 늦게 연극판으로 무작정 뛰어들었죠". 하지만 김씨는 연극을 선택한 것에 대해 아직까지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들 앞에 펼쳐진 환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연극에는 연기자, 연출자, 기획자의 삶 등 세가지로 나뉘어진다.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고 전문성만 살린다면 미래가 밝다"고 했다.
그래서 최씨는 대학 연극반 시절부터 해오던 연기자의 삶을 버리고 요즘은 연출자의 삶을 살고 있다.
대구과학대 연극영상과 강의에서부터 대덕문화전당 기획 및 연출 담당까지 연기자 시절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앞으로 연기, 연출, 기획 등 세 분야 모두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최씨가 연기자에서 연출로 눈을 돌렸다면, 김씨는 정반대의 경우다.
지난해 여름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작 '한여름밤의 꿈' 주연을 맡더니 지금은 연기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
"늦깎이로 연극판에 뛰어든 이유가 연출을 공부하고 싶어서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무대의 현장감이라는 배우만이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홀딱 반했습니다". 김씨의 첫째 목표는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에서 연기자로 출연, 수상까지 하는 것이다.
"무대에서 관객들의 시선이 저한테로 빨려들 때, 그때의 느낌은 배우가 아니고서는 모릅니다.
희열 그 자체지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이씨가 기획 쪽으로 눈을 돌린 사연은 눈물(?) 겹다.
"고교 졸업 후 대구시내 극단을 전전하며 연극무대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이 무섭더군요. 일정한 수입이 필요했으니까. 가장의 역할을 위해 잠시 예술의 혼을 접었지요".
연극배우로서의 성장기를 다른 일 때문에 놓치게 된 것이 무대에서 멀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현재 무대에는 설 수 없지만 기획 분야도 재미가 있어요. 제가 어릴때 부터 표를 잘 팔아서 그런가 봐요. 하하". 그는 지난 대구U대회 각종 문화공연에서 기획담당으로 처음 두각을 나타내더니 지금은 오페라축제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요즘 연극인들 사이에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습니다.
예전 우리 선배들이 보여줬던 그런 열정같은 것이 없지요. 앞으로 지역 연극계는 저희들 젊은 연극인들의 손으로 새롭게 꾸며 보겠습니다".
대구지역 신세대 연극인 최주환.이동수.김은환씨, 지역 연극계의 '르네상스'가 그들의 손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사진:최주환,이동수,김은환씨(아래부터) 정운철기자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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