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개통되는 경부고속철이 쇠퇴 일로에 있는 대구.경북에 재도약의 희망을 부풀게 하고 있지만, 몰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않다.
고속철 역사가 들어서는 지방도시는 접근성이 월등히 향상됨에 따라 첨단산업 유치나 산업 발전이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의 접근이 용이해지면 오히려 급속한 중앙종속심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특히 중추 관리기능은 고속철 개통으로 인해 지방으로 분산되기보다 중앙집중을 가속화해 지방균형발전에 역효과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2개 수도권 소재 기업 중 3곳만이 '고속철이 개통되면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혀 고속철의 수도권 경제집중 완화 효과는 극히 미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이 입지 여건 가운데 고속철 역사보다 대중교통 편리성이나 고속도로 IC의 접근성, 물류시설 이용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기 박사(한국개발연구원)는 '고속철도시대의 지역경제 전망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일본의 경우 지방분산 방안으로 고속철을 시도했지만 신칸센 개통 이후 도쿄.오사카.나고야 사이의 사회.문화적 중추관리 기능의 격차는 줄어들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고속철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시간단축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대구는 고속철이 장밋빛 미래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생산기반이 미약한 데다 관광.레저 인프라 또한 타 도시에 비해 열악해 수도권이나 부산권에 침식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최상철 서울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구는 수도권에 흡수될 것이냐, 아니면 경북과 경남 북부지역을 흡수해 새로운 내륙중심지로 비상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전자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구미.김천권과 관광.항구도시의 강점을 가진 경주.포항권에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나고야시는 신칸센 개통 초기, 나고야에 지사.지점을 두는 기업들이 관리부분을 철수해 버리는 바람에 도심이 붕괴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줄을 이었다.
일본 서북부 아키다시에서도 주민들이 신칸센을 이용, 인근 대도시의 쇼핑시설을 이용하면서 대형상점들이 철수해 소매점포수는 16%, 연간소비 지출액은 20%가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춘근 박사(대구.경북개발연구원)는 "지금부터라도 자치단체와 경제인들이 나서서 대구가 살아남을 전략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고야시가 일본에서 유일하게 UN기관을 유치하고 2005년 엑스포를 유치하는 등 국제화전략을 통해 위기를 모면한 것처럼 대구도 국제적 이벤트 개발과 유치 등을 통한 인구.산업유인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대구전시컨벤션센터를 적극 활용해 각종 컨벤션회의를 유치하면서 오페라축제, 국제섬유박람회, 국제광학전 등을 세계적 축제로 발전시켜야한다"며 "교통 요충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살려 대구를 기반으로 비즈니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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