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늘 걱정해주시는 할머니가 있잖아요. 컴퓨터 게임도 햄버거 같은 음식도 아직 내겐 별로예요. 그저 열심히 사는게 효도 아닌가요?".
28일 대구지검 안동지청 범죄예방한마음대회 행사장에서 만난 효행대상 소녀가장인 남순화(16.와룡중 3)양은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게 효도'라는 평범한 가르침을 전했다.
순화양은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에서 팔순의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오래전부터 당뇨로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순화의 수입이라고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안동시에서 받는 몇십만원이 고작.
이 때문에 순화는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학교에서 집까지 6km를 걸어서 다닌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손수 음식을 만들어 할머니의 아침식사를 챙겨 드리고 집을 나서 학교에 도착하면 곧바로 50여개의 우유를 친구와 선생님들에게 배달한다.
학교에서의 우유배달은 무보수 봉사활동이다.
이런 순화의 모습에서 어려운 생활의 그늘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순화는 체육.문예.조리 등 학교 대표로 각종 대회에 단골로 참가해 지난 6월에는 안동시 중학생 실기경진대회에서 조리부문 은상을 받았으며 각종 운동경기에서도 교육장상 등을 받았다.
이런 순화이지만 금새라도 눈시울이 붉어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어찌 없을까. 아빠는 순화가 간난아기때 경운기 사고로 자리에 누웠다 수년후 세상을 떴다.
엄마는 동생과 자신을 할머니에게 남겨두고 재혼을 했다.
게다가 3년전에는 물놀이 하던 동생이 물에 빠져 아빠 곁으로 돌아간 뼈져린 아픔도 겪었다.
이런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순화는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안동생명과학고 식품과학과에 지원한 순화는 '영양사.영양교사'가 되려는 희망을 가지고 산다.
벌써 고등학교 입학 후에 들어갈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의 아르바이트 자리도 예약해 놓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통학을 해야할지 자취생활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불편하신 할머니를 내가 보살펴드려야 하는데…". 와룡중학교 054)857-0505.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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