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연경동 광해군 태릉 도굴

조선조 15대 임금인 광해군의 태실(胎室)이 묻혀 있는 대구시 북구 연경동의 태릉이 도굴꾼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도굴 위기를 맞고 있는 태릉은 지난 2000년 주민들의 문화재 지정 요구가 있었으나 예산부족 등으로 인해 방치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8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연경동 태봉(속칭 탯등산)에 위치한 광해군의 태릉은 거북 모양의 비석 좌대 파편 5, 6개가 나뒹굴고 있고 폭 1.5m, 깊이 1.5m 정도의 크기로 파헤쳐져 있었다. 또 그 아래 태실을 보관하기 위해 덮은 것으로 보이는 폭 1m 정도의 원형모양(가마솥이나 거북 같은 모양)의 돌도 드러나 있었으며 구덩이 안에는 도굴꾼들이 이 돌을 들어내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지렛대용 각목 2개와 굵은 밧줄이 버려져 있었다.

주민 이구목(59)씨는 "27일 처음 발견했을 땐 지금보다 작은 구멍이 나 있었는데 도굴꾼들이 밤에 다시 와 구덩이를 더 넓혀 도굴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태릉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석이 조각나 방치돼 있는 등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처럼 파헤쳐진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는 "인근 주민들이 태릉에 대한 보존대책을 수차례 요구해 왔으나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희석 대구시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는 "태릉의 경우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원형 복원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현장 확인 후 보존대책 등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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