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황혼기에 이렇게 번쩍이는 훈장을 가슴에 달 줄이야…".
경남 합천군 초계면 초계리 김석준(77.농업)씨가 반백년 만에 정부가 수여하는 화랑무공훈장(무성급)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8일 오전 10시 합천군 초계면 초계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노병 훈장 수여식.
올망졸망한 초등학생들, 지역의 기관.사회단체장,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할아버지는 육군 제39사단장 이상의(53) 소장이 직접 가져온 화랑무공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김 할아버지는 6.25 전쟁이 터졌을 당시 갓 시집온 열일곱살 새색시 유말순(69)씨를 남겨두고 6명의 마을 젊은이들과 함께 전선에 뛰어들었다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생존자다.
당시 제50사단 28보병연대에 배속돼 밤낮으로 주인이 바뀌었다는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전투의 산증인이었던 것.
그때 왼쪽 목부분에 총알을 맞아 2개월간 이송되기도 했으나 상처가 아물자마자 곧바로 전쟁터에 재투입됐다.
"제15사단 창설과 함께 동부전선(속초부근)에 배치돼 수많은 전투를 벌였지요. 조상님이 돌본 탓인지 목숨만은 건져 돌아왔습니다".
김 할아버지가 이제서야 나라의 훈장을 받게된 연유도 자신의 어진 성품 탓이다.
"친구 다섯이 전장에서 죽었는데 무슨 면목으로…, 목숨 건진 것만도 다행이다 싶어 말없이 살아왔지요".
전후 복구사업으로 어지러웠던 1954년경 할아버지는 공훈을 인정받아 '훈장 가증'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들을 잃고 혼자 살아온 것이 죄스러워 훈장증을 정부에 접수도 않은 채 가지고 있다 잃어버렸고 또 찾을 생각도 않았다고 한다.
역전의 용사 김석준 할아버지의 훈장 전수식에는 유말순 할머니와 둘째 아들 중일(47.대구 동인파출소)씨를 비롯한 3남 4녀와 사위.며느리.손자들도 참석했다.<
39사단 강구천 공보관은 "지난 2000년 한국전쟁 50주년을 계기로 국방부가 '용사찾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왔다"며 "살아생전 훈장을 안겨드려 가슴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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