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경기..."흥청망청 술, 감원 1호"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대기업들이 소비성 지출을 크게 줄이며 돈줄을 죄고 있다.

특히 이들 대기업들이 투명성 제고와 윤리경영을 천명하면서 하도급업체의 접대성 자리에 직원들을 일절 참석하지 못하도록 조치함에 따라 지역 소비산업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포항의 경우 포스코, INI스틸 등 적어도 상위 20개 이상 대기업들은 모두 윤리경영을 선언했고, '윤리'가 체감할 수 있도록 강조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지역 소비경제가 비틀거리기 시작해 추석을 넘기면서 급기야 지역의 고급 서비스업종을 비롯한 소비산업은 좌초상태에 직면해 있다.

포항공단 대기업 전무 김모(56)씨는 "유흥.사치업계는 현재도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법인카드 사용이 어려워졌고, 하도급업체들이 돈 쓸길을 막아버린 마당에 제 호주머니 돈으로 룸살롱 가고, 골프채 선물할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구미공단 삼성.LG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대대적인 경비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전사적인 특단 대책에 나섰다.

삼성전자, 삼성코닝 등 삼성 계열사의 경우 직원들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출입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피치못할 경우 상부에 사유를 알리도록 했다.

삼성은 모든 경비사용의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현금 집행을 없애고 법인카드로만 결제한다.

내부 회식도 밥만 먹는 1차로 국한하고, 2차 술자리 안가기, 술 권하지 않기, 폭탄주 안마시기 등을 사내 지침으로 정해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부터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자동으로 국세청에 통보된다는 소식에 카드 사용액이 대폭 줄었다"며 "업무와 관계없는 개인적 사용은 일절 금지됐다"고 했다.

회식비를 30% 줄였다는 한 벤처기업의 박모씨는 "흥청망청 술 마시는 직원은 감원대상 1순위"라며 "관행처럼 법인카드로 술값을 결제하는 '간 큰' 회사원은 없다"고 했다.

큰 돈줄이 막히다보니 40여곳의 접객업소가 밀집한 포항의 대표적 유흥가인 '서부시장'의 경우 최근 들어 성업시간대인 밤 10시 이후에도 절반이 문을 닫았다.

지난 6월말 현재 포항시에 신고된 룸살롱, 가요방 등 유흥주점은 530개로 작년보다 30곳이 늘었지만 실제 영업하는 업소는 최소 20% 이상 줄었다.

대구국세청 관계자는 "공직자 1인당 3만원 이상 접대를 금지한 것과 기업의 사적경비에 대한 손비 불인정 등으로 법인카드 사용이 줄었다"며 "아울러 불황이 심해지다보니 기업 스스로 윤리강화와 투명성 제고를 내세우며 소비성 지출을 줄인 탓도 크다"고 했다.

이같은 불황은 개인서비스업으로 도미노처럼 파급되면서 소비산업을 공멸의 위기감에 빠지게 했다.

포항상공회의소 배용조(35) 대리는 "음식.숙박.유흥업.중앙상가 등 업종조합 회원수가 작년을 고비로 대폭 감소하는 추세"라고 했다.

민병곤.김성우.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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