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아직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우리 경제가 금년에 2%대 후반의 성장에 머물고 내년에도 성장세의 큰 폭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당면한 경기침체가 경기순환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카드채 및 가계대출 부실 문제, 노사관계의 불안, 청년실업 문제, 부동산 가격 급등과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 기타 북핵 문제와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투자가를 포함해 해외에서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은 산적한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낙관적인 것이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금년 들어 10월 22일까지 외국투자가들에 의한 우리나라 증권거래소 상장주식의 순매수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하며 10월 들어서의 순매수액만도 2조 5천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비중도 39.8%로 사상 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로 활용되는 외평채의 가산금리도 작년말의 123bp(베이시스 포인트, 100분의 1퍼센트)에서 금년 들어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어 8월말에는 71bp, 10월 들어서는 60bp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발표한 동아시아지역 경제전망에 관한 세계은행의 보고서도 동아시아지역의 경제는 경제개혁의 모멘텀만 잘 유지된다면 점차 경기회복단계를 지나 보다 안정적인 성장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동보고서는 낙관적인 경제전망의 근거로서 우선 미국, 일본의 강한 경제회복세에 주도되어 세계경제가 호전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과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역내 생산 네트워크와 무역이 크게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아울러 동보고서는 특별히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우선 캔쿤 국제무역협상이 별 진전을 보지 못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대외무역에 대한 의존이 큰 동아시아지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현재 동지역국가들이 추진 중인 구조개혁이 지연됨에 따라 이들 국가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서 점하는 외국인투자가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외평채 가산금리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깥에서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바람직한 시그널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대외개방화의 진전으로 우리 경제가 이제는 해외투자가들의 평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방화, 국제화 시대에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조속히 경제사회 각 부문에 있어서 국제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고 이에 걸맞은 국민의식을 갖춰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각 부문에 걸쳐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하여 외환위기 상황을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신용사회의 정착, 선진화된 노사관계의 정립, 노동시장의 유연화, 교육시스템의 효율화, 대외무역개방의 효과적 추진, 청소년 고용증진 및 여성인력 활용 증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구축, 부당한 불로소득의 획득을 방지하기위한 세제를 비롯한 관련제도의 정비 등 경제사회 각 부문에 걸친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 일본 등 주요선진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우리나라의 제1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어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점차 살아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환경도 점차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의 양적 성장의 추구와 더불어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경제사회 각 부문의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대외경쟁력을 높이는데 국민 모두가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주훈〈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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