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부동산 종합대책 배경과 전망

작년 초부터 정부가 간간이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양도소득세 등을 부분적으로

건드린 '각개 전투'였다면 29일에 나온 종합대책은 국세-지방세-금융-청약.분양제도

를 총망라한 '입체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급 확대와 매물 압력 강화를 병행함으로써 '상승 폭 줄이기'에서 그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의 하향안정'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이 이번 대책의 특징으로 부각

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단계적이고 대증적인 대책'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토지공개념이나 후분양제와 같은 근본 대책이 도입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

라는 혹평이 벌써부터 새나오고 있다.

◇ 10여회 대책도 '백약이 무효'

정부는 통상 전국에 매년 50만호 가량의 주택이 공급돼야 부동산시장이 안정되

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98년 외환 위기로 주택 공급이 목표의 60%선까지 떨어지

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신축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 분양권 전매 허용 등 전

방위 부양 카드를 내밀었다.

여기에 2000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증시가 하락기에 진입하고 '단군 이래 최초'

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자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 자금화하며 정

부의 부양책에 힘을 받은 부동산시장으로 끊임없이 몰려들어 지난 2년여에 걸친 부

동산 급등의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8일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 과열 지구 지정 계획 발표

를 시작으로 '부양책'을 접고 22개월간 10여회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뒤늦게 집

값 잡기에 나섰지만 부동산만한 고수익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부동산에

잠긴 돈의 물꼬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데 실패했다.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인 가운데 전국의 집값이 3년째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

하며 올 들어 9월까지만 이미 5.9%가 올랐고 분양가도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천정

부지로 치솟았으며 행정수도 이전 계획으로 지방 주택 가격마저 들썩거리자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 여론과 현실의 괴리로 고민한 흔적 역력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의 면면을 보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자칫 여론에 밀려 '과잉 대응'에 나섰다가 아직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는

내수 경기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는 데다 과도한 투기대책을 취한다면 위헌 논쟁

에 휘말릴 가능성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및 기존 대출 만기연장시 하향 담보비율 적용

▲투기 지역 내 고가주택에 취득.등록세 중과 ▲1가구1주택에도 양도세 부과 ▲재건

축 아파트 개발 이익 환수 ▲주택거래허가제 등의 '초강수'들은 향후 2차 대책으로

넘어갔다.

대신 이미 법제가 마련돼 있거나 방침이 구체화된 ▲종합부동산세 조기 시행 ▲

보유과세 과표 현실화 ▲탄력세율을 이용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투기 혐의자에

대한 금융자산 일괄 계좌 추적 등은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과거 대책에 비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나 자금 흐름 돌리기

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동안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82%에 불과한 상태에서 공급 확대 없이 다른 대

책만으로는 집값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누누이 강조해 온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

경제부 장관 등 정책라인의 시각이 많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강북 뉴타운 대거 개발, 화성.판교.김포.파주 등 4대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향

후 10년간 수도권에 300만호 신규 건설 등의 공급 확대와 주식 투자에 대한 세제 지

원에 의해 돈 흐름 돌리기가 이번 대책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

서다.

◇ 집값 장기적으로 안정되려면 근본 대책 있어야

이번 10.29대책으로 부동산으로 인한 세부담은 과거에 비해 크게 무거워질 전망

이며 투기꾼들이 빠져나갈 금융.세제상의 허점도 많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일단은 투기를 진정시키는 데에는 성공하겠지만 여론이 요

구하는 수준의 집값 잡기가 단기간에 실현되거나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

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세제나 세정을 통해 아무리 부동산을 억누르려 해도 경기가 극도로 부진하고 초

저금리가 지속되는 탓으로 다른 부문의 수익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

동산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초강수 전략'을 담은 2단계 대책을 언제, 어떤 조건에서 실행할 것이라

는 명확한 메시지가 제시되지 못한 점은 투기 세력에게는 '정책 의지 부족'으로 비

칠 소지가 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정책부장은 "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

도 투기를 잡겠다고 해서 기대를 가졌는데 여전히 단계적, 대증적 대책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토지공개념이나 후분양제와 같은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선 부동산 114 전무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 인상은 투자 목적의 거래

를 위축시켜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모르나 보유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물 없이 호가만 뛰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대부분 예상

됐던 것이고 충격적인 대책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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