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경제제일주의 기준에서 보면 지역소득(GRDP)이 서울에 크게 뒤지는 대구는 결코 서울에 앞서가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아직 서울서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정신문화 강연행사가 대구에서 먼저 열리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녹색평론과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21세기를 위한 연속 사상강좌'가 바로 그것이다.
▲전쟁과 환경파괴 등 20세기의 어두운 유산을 청산하고, 세계 인류가 공생공낙(共生共樂)하는 새로운 삶살이 방식을 모색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이 강좌의 근본 취지다.
그래서 지구환경과 세계평화 문제에 권위있는 세계적 사상가와 운동가를 매달 한 사람씩 초청, 강연을 듣고 그분야 전문가와 공개대담을 가진다.
1단계로 내년 6월까지 10사람을 초청할 계획인데, 지난 9월 환경사회학과 평화학의 권위자 일본 나가사기대학 토다 키요시 교수를 초청한 데 이어, 내달 13일에는 자동차와 지구환경 문제에 정통한 독일의 볼프강 작스를 초청한다.
▲당초 이 달엔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유명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를 초청할 계획이었으나 저자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12월로 밀렸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세계적인 환경교육기관인 '슈마허 칼리지'를 창설하고, 환경전문지 '리서전서(Resurgence)를 발행하고 있는 영국의 사티쉬 쿠마르도 부르고, 민중과학자이자 생태사상가인 인도의 여성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도 온다.
한국인으로는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도 초청 대상이다.
▲미국 신보수주의자들(Neocon)의 명분없는 이라크 침공으로 서방의 분열과 유엔(UN)의 무력화,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충돌로 인한 세계무역체계(WTO)의 붕괴위기 등으로 세계는 지금 전대미문의 불안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때 지역의 한 잡지사와 대학 연구기관이 평화와 환경문제를 주제로 본격적인 대안 모색에 나섰다는 것은 보기드물고,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정도의 행사는 지금까지 서울에서나 가능했었다.
세계적 유명 사상가나 석학들이 내한하면 대구는 그 덤으로 초청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계적 명사들이 먼저 대구서 잔치를 벌이고 서울에 간다.
대구의 강연행사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강연 후 가지는 대담도 심도 있고 깊이 있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져 담론 수준도 촌티를 벗었다는 평가다.
올 가을 문화행사의 하나로 이 강좌에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석, 마음의 양식을 일깨웠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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