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싱글족' 부추기는 광고문화

결혼은 선택, 직장은 필수.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사회적 성공을 꿈꾼다.

오늘의 나를 희생하기보다는 현재의 나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코끼리를 타고 출근할 정도로 발상은 자유롭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운동하고, 샤워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다.

자유로움과 당당함을 무기로 현재 자신의 삶을 즐기는 싱글족들과 그들을 표현한 광고는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며 최신 트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 결혼보다는 사회적 성공

리모델링 전문회사에 다니는 이영애는 늦은 밤까지 회의를 하고 도면을 그리며 일에 몰두한다.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창가로 달려간 그녀, 손으로 블라인드를 열자 남자친구가 차에 기댄 채 창가를 바라보고 서 있다.

남자친구는 사랑하는 그녀가 일을 잘 마치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일까지 사랑해주는 남자. '내 남자가 경쟁력이다'. 현대 여성이 원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자신의 꿈과 능력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자로서의 사랑이다.

퇴근을 위해 건물을 나서는 사람들 사이에 한 남자가 있다.

수많은 회전문 가운데 하나의 문 앞에 멈춰서는 남자. 회전문을 통해 주차장으로 나가는 남자 앞에 승용차 대신 대기하고 있는 코끼리 한 마리. 반갑게 코끼리와 조우한 남자가 그 위에 타고 유유히 도시를 빠져나간다.

'출근도 퇴근도 기다려지는 생활'. 일로부터 해방되는데 그치지 않고 '일과 자기 생활' 모두를 적극적으로 누리는 것이다.

나 홀로 삶을 선택한 독신가구, 특히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탄탄하며 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 독신가구는 양적으로 그 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생활양식을 형성한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사회적 성공을 꿈꾼다.

광고는 사회적 성공과 여유로움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 취미와 레저를 마음껏 즐기는 생활

자신의 사무실을 가진 성공한 커리어우먼 이영애. 그녀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와인 파티를 즐긴다.

집으로 돌아오면 리타 칼립소의 '페이퍼 마르셰'가 흐르고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급 욕조에서 거품 목욕으로 여유를 만끽한다.

그녀의 사진 액자 속 다른 사람의 자리는 없고 홀로 삶을 즐기는 모습만이 담겨있다.

아파트는 더이상 단란한 가정을 꿈꾸는 곳이 아닌 것이다.

확트인 고속도로. 싱글족 여성이 등장하여 맨발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속도의 짜릿한 쾌감을 즐긴다.

관습과 속박에서 벗어난 그녀에게 남은 건 달콤한 자유와 여유. 남은 건 부러움이 가득한 시청자의 시선뿐.

광고에서 그들은 사회적 성공이나 미래의 안정을 위해 오늘의 나를 희생하기보다는 현재의 나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결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테크에 전전긍긍한다거나, 인맥 쌓기에 대한 중압감으로 억지 회식자리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대신 운동을 하고, 쇼핑을 즐기고, 여행을 떠난다.

오직 관심 있어 하는 것은 '현재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현재를 더 즐겁게 살아갈 것인가' 이다.

◇ 왜 그들은 싱글을 노래하는가

싱글족을 타겟으로 한 광고들은 싱글족에게 혼자 살기 편해진 세상임을 알려주고 풍요로운 그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싱글족'이 각광받는 이유는 이들이 '더 많은 소득'과 '더 많은 여가'를 가지고 자신을 위해 '더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MCR 조사에 따르면 싱글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용돈은 한달 평균 33만원으로 기혼자보다 10만원 정도 높고 외모와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며 유행에 대해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강한 구매력을 가지고 소비를 주도하는 '싱글족'은 그들만의 소비문화에 따라 새로운 트랜드를 형성하고 있으며 싱글 산업은 장기간의 불경기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싱글족을 겨냥한 기업들의 광고전략은 그들만의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파고들어가 싱글족을 유혹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