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적도시 경주에 한옥과 기와지붕이 사라지고 있다.
경주시는 역사와 문화도시를 상징하기 위해 시 조례로 문화재 주변과 주요 간선도로를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하고 반드시 한옥골기와지붕을 얹도록 했다.
그러나 한옥골기와로 건축할 경우 비용이 일반주택 평당 250만원보다 2배 가량 비싼 평당 400만~500만원에 달해 건축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시는 한옥골기와를 지을 경우 평당 50만원씩 보조하지만 실건축비에는 턱없이 부족해 생색내기식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고분군 인근 주택은 지붕이 고분보다 낮아야 한다는 고도제한법까지 적용돼 건축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신규 건축을 한옥주택으로 유도하기 위해 올해 새로 명활산성과 무열왕릉 남산주변을 미관지구로 추가 설정했다.
때문에 해당 지역에 건물짓기를 꺼리고 건축 조건이 덜 까다로운 곳으로 옮겨가면서 문화재 주변과 주요 간선도로변은 인구마저 급격히 줄어드는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경주의 관문인 경부고속도로 부근 오릉 주변과 간선도로를 낀 경주공고 부근, 황남동, 불국로 등의 한옥 수백여 가구가 이주했으며, 일부는 아예 집을 방치해 둔 채 이사를 가 버리는 등 슬럼화되고 있다.
서울에서 관광차 경주를 방문한 황태윤(54.서울시 마포구)씨는 "과거 경주를 방문할 때 한옥기와들이 즐비했는데 이번에 경주에 와보니 한옥이 많이 줄었다"며 "경주가 산업도시도 문화도시도 아닌 어정쩡한 중성도시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옥골기와 건축전문가인 김형주(42.경주시 황남동)씨는 "최근 전원주택 붐이 일어 한옥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문의가 잇따른다"며 "그러나 평당 건축비가 슬라브주택의 2배 이상이기 때문에 문의에만 그칠 뿐 실제 건축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전규영 건축과장은 "건축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을수 있지만 한옥골기와를 지을 경우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 가량 차이가 있다"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하더라도 고적도시 보존을 위해 한옥지구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주.박준현기자, 이채수기자
사진:경주를 상징하는 한옥골기와지붕이 값비싼 건축비용 때문에 급격히 사라지는 대신 도심 미관지구를 피해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는 외곽지에 슬라브주택이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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