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절체절명 중소기업

"오지 마세요. 오면 안됩니다. '바른 소리' 하다가는 큰일납니다".

29일 오전 중소기업 인력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대구 및 대구 외곽지역 공장을 방문하려던 기자의 시도는 잇따라 '퇴짜'를 맞았다. 전화상으로 몇 마디는 해주겠지만 방문 취재 및 사진촬영은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만난 한 업체 대표는 일단 말문을 열자 속사포처럼 '울분'을 털어놨다. 제조업하는 사람들을 툭하면 반인권 기업인으로 몰아세우는 사회 풍토에 대한 불만이었다.

"외국인 근로자들 학대하고 못살게 군다고 자꾸 얘기하는데 그런 기업주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요즘은 월급도 내국인 근로자와 거의 비슷하게 주고 있고, 각종 사회보험 혜택까지 부여하는데 그런 말을 자꾸 들으니 정말 야속합니다. 그렇게 학대를 하는데 왜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를 쓰고 이 나라를 떠나지 않으려 합니까? 정부도 그런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제도를 툭하면 바꿔대니 답답하지요".

그는 무려 1시간 가량이나 자신의 얘기를 했다. 탁자에 놓인 차도 마시지 않았다. 무언가 마음속에 '맺힌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직공생활을 하다 내 공장을 창업, 23년간 해왔습니다. 대부분의 생산품을 수출하며 보람도 느꼈는데 이제 다 헛일입니다. 일손을 못구해 내 자식과도 같은 공장을 내놨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습니까".

그는 기자와 헤어지면서 우리나라는 왜 기업가가 '죽일 놈'으로 취급받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요즘 조사업무를 보러 공단내 기업인들을 만나러 가면 사업체 1곳당 보통 1시간씩 붙잡혀 있습니다. 신세한탄을 하는 사업주들이 워낙 많아 몇 마디 들어주다 보면 1시간이거든요. 경기는 바닥이지, 사람은 구하기 어렵지, 제조업 하는 분들의 고민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한 관계자는 요즘 중소기업인들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과거엔 월급쟁이의 꿈이 제조업체 경영 아니었습니까. 이제 그런 꿈을 꾸는 근로자가 없어요. 대충 하다가 퇴근하는 근로자가 셀 수 없을 정도이고 그나마 일손을 못구해 상전으로 모셔야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한 기계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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