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남들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머리가 모자라 손발이 고달픈 경우가 그 한 부류다.
다른 한쪽은 반대로 재주와 능력이 출중한 데다 이상과 신념마저 확고한 소신파 인물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어느 쪽이든 많은 일들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으려고 하면 끊임없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면서 힘든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한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좋은 전례를 남기거나 역사에 기록되는 사람들은 대개 두 번째 부류다.
하지만 두 번째 부류도 진퇴가 분명하지 않고 너무 오래 소신을 꺾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22년 동안 말레이시아의 국부(國父) 권좌를 누리면서 독재자라는 인상도 벗지 못했던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77) 총리가 퇴장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29일 마지막 각의를 주재하고 내일 집권을 공식 마감하게 되는 그를 두고 미국의 뉴스위크는 "말레이인.중국인.인도인간의 화합을 이끌어낸 것이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독자적인 행보가 뚜렷했던 만큼 여운도 크다.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 '아시아의 대변자' '단순하게 평가할 수 없는 복잡한 인물' '국제사회의 이단아' '마키아벨리식 독재자'…. 평가의 시각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극단적으로 엇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을 낳은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견돼 왔듯이, 말레이시아를 경제부국으로 끌어 올렸다는 데는 한결같은 찬사를 받고 있으며, 이견도 없다. 그는 사명감으로 일해 온 인물이며, 여러모로 모슬렘 지도자의 면모를 갖췄음은 분명한 것 같다.
1981년 총리의 자리에 오른 이듬해 한국과 일본을 경제 발전 모델로 삼자는 소위 '룩 이스트(동방정책)'를 주창한 이래 가난한 농업국을 자동차.정보기술.전자제품의 전진기지로 탈바꿈시키는 등 경제 규모를 무려 4배로 키웠다.
1997년 외환 위기 때는 IMF 처방과는 정반대로 고정환율제라는 해법으로 위기를 돌파해 '아시아적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평가가 한결같을 수는 없다. 화교 관용으로 성공했던 마하티르는 최근 유대인 비난 발언으로 인종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 발전 이면에는 반대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이제 온갖 영욕을 안고 무대 뒤로 들어서면서 대조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압둘라 부총리를 후임자로 내세우기도 했다.
수렴청정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지만, 그가 퇴장한 말레이시아가 과연 어디로 항해해 갈지 궁금해진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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