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지역에는 유독 전탑(塼塔)이 많다.
전탑은 말 그대로 벽돌(塼)로 쌓은 탑(塔)이다.
이 전탑의 비밀은 무엇일까? 수십만장의 흙벽돌이 수천년 세월 풍상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탑의 신비를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 안동시 신세동 7층전탑(국보 제16호)을 찾았다.
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이 전탑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됐다.
높이 17m에다 기단부가 7.5m다.
이 탑이 있는 지명이 '법흥'인 점으로 미뤄 법흥사에 속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탑 이외의 유물은 남아 있지 않다.
법흥사지에는 고성 이씨 탑동파 종택이 들어서 있으며 탑은 바로 문간 앞에 자리잡고 있다.
어떤 말로 첫 감흥을 표현할까? 거대한 절벽같이 땅에 뿌리박은 전탑에서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힘이 일순 솟는다.
족히 수십만장이 들어 갔을 것 같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벽돌들이 촘촘히 서로를 잡아당기고 부대끼면서 억겁의 세월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내 휑한 느낌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거대한 전탑 곳곳이 바람에 씻기고 눈.비에 쓸려 신음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원과정에서의 변형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전탑은 기단부와 탑신부 및 탑두부로 돼 있다.
그러나 현재 탑두부는 노반에 남아 있고 상륜부는 유실됐다.
기단부에는 네모꼴로 팔부신중과 사천왕상을 양각한 면석을 6장씩 세워 축조했다.
그러나 탑의 후면에는 시멘트와 화강암 석재들이 섞여 있다.
기단 윗면도 시멘트로 씌워져 있어 원래의 기단부가 크게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단 중앙 계단으로 감실문으로 올라가도록 돼 있으나 이 계단도 변형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석중에서도 후면 중심면석이 파손됐다.
또 어떤 것은 마모가 심해 구체적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순서도 서로 뒤섞여 기단 길이에 따라 억지로 돌려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후면 축대에 사용된 화강암 절석과 시멘트 보강으로 면석 몇 개가 파손돼 폐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석은 최소 22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탑신에서도 훼손.변형의 흔적이 나타난다.
우선 7층 옥개석이 여러 차례 중수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됐다는 추정이다.
낙수면은 6, 7층을 제외한 모든 층에서 낙수면받침보다 한 단씩 많다.
하지만 낙수면이 4단과 5단이 분명치 않은 6층과 7층이 원상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최대 전탑답게 감실도 최대다.
불상을 안치하고 사람이 서서 다닐 정도다.
이 곳에서도 원형훼손이 보인다.
감실 천장으로 뚫린 한면이 30cm 정도의 사각 찰주공도 40년쯤 뚫려 있었다는 증언이 있으나 지금은 막혀 있어 내부 마모에 의한 훼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탑신부 곳곳에 자라고 있는 잡풀들로 인한 훼손이다.
어린 풀들은 뽑아내고 있으나 뿌리가 벽돌 사이까지 파고 든 잡풀들은 정기적으로 베어 내는데 그치고 있어 자칫 뿌리 발육으로 인한 붕괴우려도 있다.
또 탑 바로 앞으로 중앙선 철로가 나 있어 열차운행으로 생기는 진동과 소음, 분진에 따른 훼손도 심각하다.
수년 전 진동에 의해 탑이 기울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또 철로에서 생기는 쇳가루와 분진으로 인해 탑이 마모된다는 조사도 함께 보고됐다.
사그라지는 전탑의 생명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숱한 방법과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신세동 7층전탑에 대한 정밀 사진실측과 보수복원 방안에 대해 조사를 벌여 천년세월의 버팀을 자랑해 온 문화유산의 보존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예산을 확보해 전탑과 철로 가운데 1m정도의 인공구덩이를 만들어 열차진동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철로와 탑을 방음벽으로 갈라놓았으며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변 철로를 장대레일로 교체하기도 했다.
문화유산 헌장의 한구절이 새삼 떠오른다.
'겨레의 삶의 예지와 숨결이 깃든 소중한 보배이자 인류의 문화자산으로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그대로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 줄 것을 다짐한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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