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원기자 임주섭이 본 오페라 '심청'

서울시오페라단의 2003 대구오페라축제 참가작품 오페라 '심청'이 30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려졌다.

이 작품의 대본과 작곡은 대한민국 작곡계의 제1세대인 김동진에 의해 완성돼 1978년에 초연됐다.

전체 4막 8장으로 구성되며, 작곡가 자신이 주창한 '신 창악'(판소리 음악의 선율에 서양음악 식의 화성을 붙임)의 멋을 마음껏 발휘한 한국적 오페라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심청 역의 신주련은 전체를 이끌어 가기에 여러 가지가 부족했다.

작품의 난이도 때문이긴 하나 고음의 처리에는 무리가 있었다.

반면에 심봉사 역의 고성진은 한 두 대목에서 음악과 연기가 어색해 보였지만 훌륭한 가창력과 연기력을 보였다.

특히 돋보인 것은 뺑덕모 역의 김순미였다.

중간중간 유머스런 연기와 '신 창악 발성'을 통하여 청중들에게 마음껏 웃음을 자아내도록 했다.

하지만 너무 빈번한 변성으로 인해 약간의 혼란스러움도 있었다.

선주 역의 정학수와 젊은 왕의 김경여는 다소 과다한 표현도 있었으나 훌륭한 소리를 통하여 감동을 주었다.

오페라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출이다.

이날의 무대는 전반적으로 세련돼 보였다.

그러나 극적인 장면에서 더욱 긴장된 표현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휘자 박은성은 전곡의 짜임새를 매끄럽게 이어 갔으며, 합창 또한 다양한 편성(여성, 남성, 혼성)에 맞게 각 장면을 잘 살렸다.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무대세트와 조명, 의상과 소품, 안무는 크게 돋보였다.

조명 팀을 비롯한 제작진이 직접 서울에서 내려오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오페라 '심청'은 분명 성공한 작품이다.

3시간에 가까운 공연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공연을 위하여 90세가 넘은 작곡가 김동진 옹이 객석을 찾은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 작품은 이번 오페라 축제에 올려진 유일한 한국 창작품이다.

지금은 우리의 정서에 맞는 작품을 많이 생산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앞으로 대구오페라축제에 창작품이 많이 공연됐으면 한다.

임주섭 객원전문기자.영남대 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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