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교육-학교다운 학교 얼마나 기다려야...

초등학교의 교실 증축 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내년부터 학급당 인원을 35명으로 줄여 수업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교실을 늘리는 공사. 뿌옇게 운동장을 덮는 먼지도, 뚝딱거리는 망치 소리도 내년이면 사라진다는 생각에 모두가 참는 중이다.

하지만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참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안전 문제.

눈으로 확인해본 학교는 듣기보다 더욱 심각했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자 2층 컨테이너 교실의 임시계단을 불안하게 오르내리는 어린이들이 보였다.

복도 폭은 2m 남짓. 몇 명이 장난치며 뛰어다니자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2000년 9월부터 1, 2학년생 570여명이 여기서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어른이 오르내리기에도 불편한 곳을 어린이들은 어깨를 부딪히며, 발을 밟아가며 용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뒤쪽으로 돌아가자 교실 신축 공사장이 보였다.

통행로 주위로 펜스가 쳐져 있었다.

하지만 날카롭고 삐죽삐죽한 것이 안전을 위한 게 아니라 위험물 같았다.

운동장 가장자리엔 공사자재가 널려 있고 놀이터는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빗물이 그대로 고여 있었다.

장난에 열중한 어린이들은 학교 구석구석을 뜀박질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아찔한 장면이었다.

수성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 증축공사중인 건물 한 모퉁이엔 쇠파이프와 철근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작업 인부들이 아이들과 뒤엉켜 복도를 오르내리는 모습은 학교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마구 뛰노는 공사장에 가까웠다.

수업시간에는 공사를 자제한다고 했지만 시끄럽게 귀를 울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고교부터 시작된 교육여건 개선 계획은 당초 방학이나 휴일 등을 이용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름에는 비,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공사가 늦어지는 학교가 속출했다.

중학교, 초등학교로 공사가 이어지면서 공기를 걱정한 교육당국도 결국은 수업중 공사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공사기한이라는 게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가 한 날짜에 같은 여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게 교육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와중에 학생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면 합당한 것일까. 행정 목적을 위해서는 불편이나 위험 같은 걸 묵묵히 참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강요하는 교육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어린이들이 갖고 놀다 버린 듯한 철근 토막을 펜스 안으로 던져넣었다.

돌아보니 손대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아이들의 안전을 남에게 맡길 수만은 없는 노릇. 집 근처에 학교가 있다면 오늘이라도 나가볼 일이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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