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인의 삶 찾아 낙동강변으로

찬바람이 불면 거리엔 낙엽들이 흩날린다.

이럴 땐 누구나 한번쯤 시인이 되고픈 마음이 든다.

단순히 가을 단풍 구경에 넋을 놓기보다 마음의 감동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하는 시인의 삶을 찾아 나선다면 더욱 멋진 가을이 되지 않을까. 교과서로만 시를 배워온 자녀들에겐 시인의 삶을 통해 시와 마주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향토 출신인 구상 시인을 기리는 문학기념관을 찾아 경북 칠곡군 왜관읍으로 떠나보자.

아지랑이가 아물거리는 강에

백금의 빛이 녹아 흐른다

나룻배가 소년이 탄 소를

싣고 온다.

건너 모래톱에

말뚝만이

홀로 섰다.

(이하 생략)

구상 시인의 '강7' 이라는 작품의 앞 부분이다.

그가 강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지었듯, 문학 기념관도 낙동강이 바라보이는 강변에 한옥과 첨단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세워져 있다.

지난 2002년4월, 500여평의 대지에 현대식 2층 건물과 시인이 기거했던 한옥(관수재) 한 채로 지어졌다.

관수재는 천재 화가 이중섭이 기거했던 곳으로도 유명한데, 뒤편의 낙동강 풍경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시인의 마음을 닮는 듯하다.

기념관 1층에선 구상 시인의 육필 원고와 출판서적, 기념품 등을 통해 시인의 행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전시실 전면이 시원스럽게 유리로 트여 있어 파란 가을 하늘과 양지 바른 햇볕을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다.

전시실 끝엔 영상실이 있어 구상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청이 가능하다.

이 다큐멘터리 한편으로도 시인의 생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2층으로 난 달팽이 계단을 오르면 구상 시인이 기증한 2만2천여권의 도서와 절친한 지인이 기증한 2천여권 등 2만4천여권이 진열된 도서실이 방문객을 맞는다.

시인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인지 피부로, 눈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시인의 손때 묻은 책을 한 권씩 제목이라도 훑다보면 어떤 책에 다다라 시인이 나와 똑같은 책을 읽었구나 하는 반가움이 생길지도 모른다.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빼들고 창가에 앉아 독서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념관을 찾은 보람이 난다.

▲구상시인의 삶

문학기행 중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시인의 삶이다.

시인의 삶과 작품은 뗄래야 뗄 수 없기에 곧잘 시인의 삶을 주목한다.

구상 시인은 1919년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출생했으며 본적은 왜관읍 987번지로 되어 있다.

이후 원산 덕원 성베네딕트 수도원 부설 신학교와 일본대학 전문부 종교과를 졸업했다.

시인의 사상과 철학이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유추될 것이다.

이후 대구의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시작 활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민주화 운동에 기여를 한 실천 문학가란 것을 전시관 관람을 통해 알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해 자신의 문학기념관이 세워졌지만 85세의 노환과 투병 생활로 아직 한번도 오지 못했다는 사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소식에 더욱 숙연해진다.

기념관에서 판매하는 시인의 기념 엽서로 쾌유를 비는 편지 한 통 쓰는 것으로 자녀들이 기행문 대신 써보는 건 어떨까? 주소는 기념관 직원이 알고 있다.

▲찾아가는 길

왜관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왜관읍으로 들어가기 전 매원교 사거리에서 좌회전, 낙동강변으로 가다 제2왜관교 건너기 전 네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구상문학기념관이 나타난다

전화 054) 973-0039

김경호(체험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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