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권의 시대. 그러나 국내 최대 섬유산지인 대구.경북 섬유.패션산업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패션은 물론이고 지역 섬유업계의 장자임을 자부하는 직물, 염색산업 또한 수도권에 한참 뒤져 있는게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은 '패션'과 함께 세계 섬유 흐름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기능성, 산업용(비의류용) 섬유 비중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탈리아, 독일, 미국, 일본 등 세계 섬유 대국의 산업용섬유 비중이 전체 섬유 생산량의 40~60%에 이르고 국내 수도권만 하더라도 20%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대구.경북은 겨우 8%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구.경북견직물조합 2001년 통계자료 기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서가는 지역 산업용 섬유업체들조차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바로 코 앞에 있는 지역 연구소가 아니라 서울 수도권 연구단체와 협력체제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연구소들이 '연구소'안에서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무르는 사이 지역 기능성, 산업용 섬유업체들과 지역 연구소들의 '괴리'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 섬유업체들이 포스트 밀라노의 첫번째 성공 조건으로 업체 중심의 사업 추진을 지적하는 이유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전면 개혁하지 않는 이상 지역 섬유.패션산업은 항상 한발 먼저 앞서나가는 서울, 수도권을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보우는 산업용섬유업체이다.
부직포 중 바늘로 실을 촘촘이 박아 만드는 니들펀칭 전문업체인 보우는 일반기업체의 2, 3배 수준인 25mm 두께의 부직포 생산이 가능해 이 분야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김복룡 보우 대표는 밀라노프로젝트 기간 중 지역 연구소는 단 한번도 이용해보지 못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내 산업용섬유연구센터가 천안에서 대구까지 내려와 이 회사를 다녀가고 센터 참여를 부탁한 것과 달리 지역 연구소들은 보우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연구단체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산업용섬유생산업체는 비단 '보우' 하나만이 아니다.
산업용섬유연구센터가 실사까지 거쳐 유치한 대구.경북 산업용섬유업체는 지역에 기반을 둔 코오롱을 비롯해 보우, 거성산업자재, 태성텍스타일 4곳이다.
(전체 38개 업체)가운데 4개 업체가 지역 기업이다.
지역 연구소가 지역 업체조차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는 사이 서울. 수도권은 기능성. 산업용 섬유분야에서 지역을 훨씬 앞서가여 지역기업을 유치해 가고 있다.
업체들은 "연구원과 대학 '박사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업체 기술을 따라올 수 없다"며 "업체가 중심이 되지 않는 연구는 아무 가치가 없다"고 못박았다.
산업자원부터로부터 95억원을 지원받아 지난 2001년 설립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천안 본부 산업용섬유연구센터로 가보자. 주관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전국 모든 산업용섬유 선두주자들을 참여기관으로 끌어들였다.
센터엔 코오롱, 휴비스 등 원사 업체를 비롯해 에어필터, 의료용, 해양용, 토목용섬유, 인조모발에 이르기까지 각분야 최고의 38개 기업이 참가한 것.
변성원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아직 뚜렷한 사업성과는 없지만 지난 2년간 센터는 산업용섬유 연구기반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산업용섬유 제품화를 위해 개별 기업들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했고, 기초.응용기술 개발을 위해 카이스트, 한국화학연구소, 한국요업기술원과의 연계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IFN, ITB, ITV(이상 독일), NCRC(미국) 등 이 분야 해외유명연구소와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중이다.
산업용 섬유기술 데이터베이스화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과제. 독일(294개), 이탈리아(71), 벨기에(39), 미국(33) 등 세계 470개 산업용섬유 생산업체의 생산기술 동향 조사를 끝마쳤고 미국 듀폰을 비롯한 전세계 선진 30개 업체의 품목별 매출 현황까지 파악했다.
이 센터는 경기 시화에 있는 환경염색가공센터와 결합해 내년 말쯤 경기테크노파크내 안산연구센터로 확대 이전, 명실상부한 국내 '산업용섬유'의 메카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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