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이다...외로움도 결국 내것"

마음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이아무개 목사가 새책 '지금도 쓸쓸하냐'를 내놓았다.

목사이자 동화작가, 번역문학가이면서 이현주라는 본명이 있지만 이름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해서 필명 이아무개를 쓰는 내력부터 예사롭지 않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었다"(예수), "네가 네 스승이다.

너한테서 배워라"(석가).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바탕을 이 두 마디 '말씀'에서 찾고 있다.

유대인의 가문에서 태어난 예수가 어떻게 조상 아브라함보다 먼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배우는 너는 누구이고 가르치는 너는 누구인가?

이 책은 열망과 갈망.탐구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가 물으면, 산처럼 늘 거기에 있고 한결같이 변함없는 다른 '나'가 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앞의 나는 거짓이며 개념일 뿐인 '에고로서의 나'이고, 뒤의 나는 '참자아로서의 나'이다.

"선생님, 오늘 종일토록 참 쓸쓸했습니다" "알고 있다 축하한다" "축하한다고요? 무엇을 말입니까?" "네가 하루종일 쓸쓸했다는 사실을…쓸쓸함도 네게 온 손님이다.

지극 정성으로 대접하여라" "어떻게 하는 것이 쓸쓸함을 대접하는 겁니까?" "쓸쓸한 만큼 쓸쓸하되 그것을 떨쳐버리거나 움켜잡으려고 하지 말아라. 너에게 온 손님이니 때가 되면 떠날 것이다".- 중에서

저자는 사뭇 선문답 같은 67편의 글을 써놓고 있다.

목사이면서도 그는 기독교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있다.

시스템화 되는 과정에서 왜곡된 해석이 있을 수는 있지만, 모든 종교는 각기 다른 말과 문화의 형식으로 '진리'를 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의 책에는 예수 못지 않게 석가, 노자, 라마나 마하라시(20세기 초 인도의 힌두교 성자)의 말이 자주 인용된다.

그는 폭력과 비폭력 문제에 대한 간절한 깨달음을 구하고 자연의 섭리대로 살라고 스스로를 독려한다.

인간 세상에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하느님은 당신 뜻을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지만 사람은 제 뜻을 저에게나 남에게나 강요해서 자기를 지킬 수 있다는 3중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자문자답한다.

그 세가지 착각으로 그는 △자신의 '나'가 따로 있다는 착각 △'내 것'이 따로 있다는 착각 △그것들을 '남'에게서 지킬 수 있다는 착각을 꼽았다.

이 책은 이현주 목사 자신을 포함에서 쓸쓸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안식, 그리고 깨달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주고자 한다.

"평범하게 살아 평상인으로 되는 것이 영적 수련의 마지막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고백을 통해 그는 우리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참나 또는 그리스도성, 또는 불성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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